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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가야한다" 이재용, 글로벌 경영 '광폭 행보' 이유는?

올해 브라질·중국·유럽 이어 베트남 출장도 마쳐

차기 출장지로 일본 거론...이 부회장도 "가야한다"

EUV 확보·5G 영향력 확대 등 현안 직접 챙기기 나서

코로나19 팬데믹·사법 리스크 등 사업적 불확실성도 영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베트남 출장을 마친 뒤 23일 오전 서울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고객들 만나러 한 번 가긴 가야죠.”

닷새간의 베트남 출장을 마치고 23일 오전 귀국한 이재용 부회장은 향후 출장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부회장은 비록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최근 글로벌 현지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연내 일본 출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브라질을 시작으로 5월 중국, 이달 유럽과 베트남을 찾으며 광폭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설 연휴 동안 브라질을 찾은 이 부회장은 북부 아마조나스주(州)에 위치한 삼성전자 마나우스 법인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명절에 일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5월에는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을 둘러봤다.

잠시 주춤했던 해외 출장이 다시 본격화한 건 중국을 다녀온 지 5개월 만이었다. 삼성전자가 3·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를 크게 뛰어넘는 것)’ 실적을 발표한 지난 8일 이 부회장은 돌연 네덜란드로 향했다.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방문을 취소한 베트남을 찾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행보였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로 가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독점 공급하는 장비업체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베트남으로 향한 것은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 닷새 만인 지난 19일이다. 그는 이곳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단독 면담을 하고 하노이에 건설 중인 현지 연구개발(R&D) 센터 현장과 하노이 인근 박닌·타이응웬 등지에 있는 삼성 복합단지를 둘러봤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와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을 강화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일수록 직접 챙긴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업계의 예상을 깨고 네덜란드로 출장지를 선택한 데도 ‘2030년 비메모리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파운드리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오른쪽에서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극자외선(EUV) 장비 생산 라인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현재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 업체는 대만의 TSMC로, 글로벌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7~18% 선에 머물러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5나노미터(nm·10억분의 1) 이하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가 핵심인데, 네덜란드의 ASML이 EUV 노광기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는 웨이퍼를 미세하게 깎을수록 품질이 올라가는데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대비 약 14배 파장이 짧아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데 적합하다.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이지만, EUV 노광장비는 대당 2,000억원이 넘어 도입이 쉽지 않다. 이에 이 부회장은 ASML 본사를 방문해 노광장비 9대의 조기 출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 투입이 늦어질수록 최첨단 고성능 반도체를 공급받으려는 글로벌 고객사의 물량을 TSMC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일본도 가야한다”고 밝힌 배경에도 5세대(5G) 분야에서 삼성의 핵심 시장인 일본 내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지가 뒷받침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연내 일본을 찾아 5G 사업 확대를 위해 1위 통신사 NTT도코모, 2위 통신사 KDDI 등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점도 이 부회장이 글로벌 현지 경영을 가속하는 요소다. 특히 지난 22일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과 오는 26일 재개되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등 두 개의 재판은 이 부회장의 심적 압박감을 높이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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