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우승 경쟁만 네다섯 번 ‘절친’ 박현경·임희정 “운명의 장난일까요?”

[서울경제 클래식 D-1]

KLPGA 투어 최고 라이벌이자 20세 동갑내기 친구

작년엔 임희정, 올해는 박현경이 "친구야 미안해"

초6 때 전국대회 첫 만남 후 대표팀서 친분 쌓아

노래방선 박현경은 발라드, 임희정은 팝송·랩 즐겨

박현경의 ‘끼’, 임희정의 ‘끈기’ 서로 "가져오고 싶어"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축하해주고 응원하며 성장해야죠”

KLPGA 투어 최고 라이벌로 떠오른 스무 살 동갑내기 친구 임희정(왼쪽)과 박현경이 등을 맞댄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귀포=권욱기자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만난 두 소녀는 8년 뒤 국내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영건 듀오’로 자랐다. 스무살 동갑내기인 박현경·임희정 얘기다.

경쟁자이면서 친구이기도 한 둘을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 대회장인 제주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만났다. 29일 대회 개막을 앞두고 코스를 점검한 둘은 만나자마자 “가방 예쁘다, 난 이런 거 없는데”(박현경)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산 거다”(임희정)라며 장난스럽게 티격태격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아온 둘은 프로 들어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박현경은 28일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순위 2위에서 상금왕 타이틀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임희정은 대상(MVP) 포인트와 평균타수 2위, 상금 3위에 올라있다.

둘 사이가 더 특별한 이유는 마지막 날 우승을 놓고 맞대결을 벌인 적이 유독 많기 때문이다. 박현경은 지난 시즌 챔피언 조 경험이 세 번인데, 그중 두 번은 같은 조에 임희정이 있었다. 두 번 다 임희정이 우승했다. 올 시즌은 그 반대다. 박현경의 2승은 모두 임희정과 챔피언 조 대결에서 얻은 것이다. 박현경은 “운명의 장난 같다”며 웃었다. “우승 경쟁하면 상대가 있는 법인데 그때마다 어쩌다 보니 (임)희정이를 만나게 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임희정은 “‘내가 잘 칠 때 왜 꼭 똑같은 데서 잘 치는 거지?’ 싶다. 뭔가 사이클이 비슷한 것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집이 멀다 보니 서로에게 근사한 우승 턱을 내지 못했는데 올 시즌 뒤에는 꼭 서울에서 뭉치기로 했단다. 박현경은 “만나면 먹는 걸로 시작해서 먹는 걸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만 열두 살에 전국대회에서 만났을 때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새까맣고 장갑 낀 거”라는 임희정의 거침없는 대답에 박현경은 웃음이 터져버렸다. 장갑을 낀 채 퍼트하는 모습이 특이해 보였다고 한다. 곧바로 “눈이 살짝 찢어진 게 독해 보인다?”라는 박현경의 솔직한 답변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임희정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임)희정이는 또래들보다 몇 년 늦게 전국대회에 나오기 시작했는데도 처음부터 잘했어요. 그러니 ‘쟤 도대체 뭐야’ 싶었던 거죠.” 둘은 국가대표 시절을 거치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대표팀 시절을 돌아보면 뭐가 먼저 떠오르는지 묻자 박현경은 “노래방 다닌 거”, 임희정은 “닭 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저녁 메뉴를 정할 때면 박현경이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는데 매번 닭요리였다고 한다. “닭튀김·찜닭·닭고기 스테이크까지 돌아가면서 얘기하더라고요. 덕분에 메뉴 고민은 없었죠.”

팔짱을 낀 포즈가 어색한 듯 웃음을 터뜨리는 임희정(왼쪽)과 박현경. /서귀포=권욱기자




코로나 상황 이전에 박현경·임희정은 같이 노래방에도 자주 다녔다. 장르가 확실하게 갈려 노래방에서는 경쟁이 필요 없다. 박현경은 R&B 풍의 발라드, 임희정은 팝송이나 랩을 즐긴다. 임희정이 골프를 안 했다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으냐는 물음에 박현경은 “확실한 건 가수는 아니다” 라며 익살스럽게 웃은 뒤 “끈기가 워낙 대단해서 공부를 했어도 아마 1등 했을 것”이라고 했다.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 (박)인비 언니를 떠오르게 하는 돌부처 같은 멘탈을 닮고 싶다”고도 했다. 임희정은 “쉬어야 할 때도 골프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공과 사의 구분이 잘 안 되는 저와 달리 (박)현경이는 할 때는 확실히 하고 쉴 때는 또 확실히 쉬는 스타일”이라며 “말도 잘 하고 붙임성도 좋아서 (박)현경이의 끼를 가져오고 싶다. 아마 골프를 안 했어도 다른 예체능 계통의 일을 잘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로 ‘얘 참 독하구나’ 라고 느낀 적도 있다고 한다. “매 순간이 그래 보인다”는 박현경의 말에 손사래를 친 임희정은 “대표팀에서 자체 평가전을 치르던 때가 떠오른다”고 했다. “중요한 평가전이었는데 그 기간에는 친구들 연락을 딱 끊고 휴대폰을 아예 안 보더라고요.” 박현경은 “친한 친구들한테 연락이 와도 평가전 끝나고 연락하자고 양해를 구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누가 더 팬이 많으냐는 물음에는 둘 다 쑥스러워했다. “팬카페 회원은 (박)현경이가 더 많아요. 아마 50명 차이인가? 이번 대회 잘 쳐서 따라잡아야죠(웃음).” “저희를 좋아해 주시고 팬카페 가입한 분들이 몇백 명씩 된다는 것도 사실 신기하기는 해요.”

10년 뒤 둘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임)희정이는 여전히 독해 보일 거고…. 아니, 이건 장난! 10년 뒤라 해도 서른이니까 해외 투어 쪽에서 열심히 선수 생활하고 있을 것 같아요.” 임희정이 비슷한 얘기를 하려 하자 박현경이 “나는 결혼할 거야”라고 서둘러 끼어든다. 그러자 임희정도 이내 재치있게 고쳐 말했다. “투어를 뛰고 있기는 할 텐데 아마 결혼 준비하느라 연습은 소홀히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박현경은 실제로 딱 10년만 더 골프를 하고 싶다고 했다. 롱런하는 선배들도 많지만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임희정은 반대다. 10년 뒤부터는 즐기는 골프로 오래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단다. “같이 우승 경쟁도 많이 해봤지만 앞으로 10년이면 겪을 일들이 얼마나 더 많겠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응원하면서 같이 성장해가야죠.”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관련태그
#KLPGA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