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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정책
한 손엔 ‘노동 유연화’, 한 손엔 ‘특고 보호’…김종인의 투 트랙 [뒷북정치]

정부여당에 ‘노동관계법 개정’ 제안한 뒤 한국노총, 택배근로자 만나

노동 유연성 제고 강조하는 한편 특수 고용직 근로자 보호도 역설

‘두 마리 토끼 잡기’ 이론적으로는 가능, 단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

선거 전략 차원에선 나쁘지 않아…보수·중도·진보 동시에 공략 가능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특수고용직 노동자(배달·택배) 및 관계자 초청 대담 ‘플랫폼 노동자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참석,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관계법은 과거 3차 산업사회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4차 산업사회로 이동하면서 고용 구조 자체가 여러 형태로 변경되고 있기 때문에 법이 거기에 적합한지 검토할 시기입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노동자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특수고용직 노동자 및 관계자(배달·택배) 초청 대담회에서 “특고 노동자들이 자영업 프리랜서 형태로 일해 근로기준법 혜택을 받기 어렵다”면서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국민의힘이 지금까지와 달리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지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며 덧붙였습니다.

이달 초 정부여당에 노동 유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노동관계법을 개정하자고 공식 제안한 김 위원장이 관련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노동법이 성역화돼 있다”며 성역화된 노동법을 고치자는 메시지를 던진 김 위원장은 29일에는 한국노총을 찾아 노동개혁에 동참에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관계법 개정 추진을 위한 특별위원회에 참여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바로 이튿날인 30일에는 택배근로자를 국회로 초청해 보호와 소통을 약속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노동개혁의 방점을 ‘노동 유연화’와 ‘특수고용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 근로자 보호’ 두 곳에 찍었다는 점입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노동 유연성을 제고하자면서도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물론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해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노동 유연성의 제고는 근로기준법 개정이나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하고 특고 근로자 보호는 별도 입법으로 하면 됩니다. 실제 국민의힘 노동 관계법 개정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임이자 의원은 지난 7일 “4차 산업혁명으로 플랫폼 노동자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일자리를 기준으로 한 근로기준법으로는 사각지대 노동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점 등에 대해 김 위원장과 의견을 나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계층은 어려운 계층대로 보호하면서도 노동 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으로 읽힙니다.



하지만 현실로 들어가면 얘기는 간단치 않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쳐 봅시다. 특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보면 법 개정으로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은 처우도 받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은 전에 비해 더욱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 유연성이 제고되면 일자리를 잃거나 얻을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기 때문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여부와는 별개로 전략 자체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동 유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노동관계법을 개정하자는 김 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특수고용직 근로자 처우 개선을 목표로 노동법을 개정하자고 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당도 법 개정 논의를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자 처우 개선은 문재인 정부의 역점 과제이기도 합니다.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표밭갈이’에도 괜찮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노동 유연성 제고 추진으로 중도·보수, 취약계층 근로자 처우 개선 추진으로 중도·진보의 표심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를 위한 노동법 개정을 중점 추진하고 있는 174석의 여당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국민의힘의 의석만으로는 법 개정이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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