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홍준표 저격 “지금 적자·서자 논쟁할 형편인가”

홍준표, 김종인 비대위 체제 연일 비판

원희룡 “마르켈·트럼프가 적자였나”

“보수 중심 ‘갈라치기’ 대응, 틀린 말”

원희룡 제주도지사./연합뉴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홍준표 무소속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 “적자, 서자 논쟁할 때가 아니다. 힘을 모으자”고 지적했다. 홍 의원이 최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연일 비판한 것을 꼬집은 말이다.

원 지사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 전 대표가 ‘(비대위가 지금처럼 가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전 대표는 우리 당의 ‘적장자’라며 ‘서자’인 김종인 체제 대한 불쾌감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고 말하며 “홍 전 대표가 1996년 정계 입문 이후 민주당 정권에 맞서 보여준 투쟁과 헌신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권위주의와 결별한 문민정부 이래의 정통성을 따져보자면 한국 보수진영의 적장자가 맞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비판할 자격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원 지사는 다만 “홍 전 대표는 당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밖에서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원 지사는 “지금 우리는 적서 논쟁을 벌일 형편이 아니다. 변화와 혁신은 족보와 구력에 바탕하는 것이 아니다. 앙겔라 메르켈이 독일 보수의 적장자였나. 아니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보수의 적장자였나. 세종대왕도 셋째 아들이었다. 그런 것 하나도 안 중요하다”고 했다.



홍 의원이 말하는 ‘보수우파 중심 대통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원 지사는 “홍 전 대표 말대로 보수 우파가 뭉치면 집권할 수 있나.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나. ‘중도는 그저 힘 있는 데 붙는 사람들이다’, ‘저들의 갈라치기에 우리도 갈라치기로 맞서자’는 건 가치의 면에서나 전략의 면에서나 다 틀린 말”이라고 평가했다.

원 지사는 김종인 비대위에 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란 말은 쓰지도 말라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지론엔 저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우리 당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모셔왔나. 그분의 이력과 성격을 몰랐나. 우리의 잘못으로 계속졌기 때문에 영입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 김종인 비대위는 패배의 그림자를 지우는 중이다.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지금은 비대위를 중심으로 힘을 모을 때다. 비대위를 흔들 때가 아니다”고 했다.
/구경우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