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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경 “마지막이 된 6년 전 서울경제 클래식 우승, 가장 특별한 장면”

정규 투어 10시즌 채우고 이번주 '하나금융'서 고별전

대학원서 경영 관련 공부해 골프장 운영에 힘될 것

인간으로 괜찮은 사람, 프로서도 멋졌던 사람으로 남고 싶어





“시원섭섭하다는 말의 뜻을 알겠더라고요.”

1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을 마치면서 은퇴 전까지 단 1개 대회만 남겨둔 허윤경(30·하나금융그룹)의 짤막한 소감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게 느껴졌다.

KLPGA 투어 통산 3승을 올린 허윤경은 오는 5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접는다. 2009년 프로로 전향해 2011년부터 정규투어에서 꼭 10시즌을 뛰었다. 준우승만 12차례라 수집한 트로피는 이름에 비해 훨씬 적지만 늘 웃는 모습으로 ‘미소 천사’라는 사랑스러운 애칭을 얻었다.

2016년 결혼해 ‘엄마 선수’로 활동해온 허윤경은 “작년부터 은퇴 생각을 했다”면서 “올해가 정규투어 10년째이고 후원사 2년 계약도 올해까지여서 10년은 꼭 채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올 상반기 끝나고 결심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어릴 적부터 꿈꿨던 골프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심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어요. 한 가지만 해도 벅찬데 두 가지 다 하려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골프에 대한 열정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왔는데 결국 두 가지 다 잘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지금까지 하고 싶은 거 충분히 했으니 제2의 인생을 또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8개월 된 아들(박시환)을 둔 허윤경은 “대회에 나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대회 준비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 없는 현실에 스스로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아무래도 연습이 부족하다 보니 잘되지 않을 때는 ‘너무 준비가 없는 것 아닌가’ 하다가도 플레이가 잘 될 때는 ‘아직 샷 감각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골프가 사람을 간사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었다.

투어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마지막 우승이었던 2014년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을 꼽았다. 당시 최강자였던 김효주와 연장전 끝에 시즌 2승째이자 통산 3승째를 거둔 허윤경은 “마지막 들은 노래가 계속 흥얼거려지듯이 가장 최근 우승인 만큼 특별한 의미로 남게 될 것”이라며 “날씨도 추웠고 연장전까지 치렀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오늘 경기를 치르면서 캐디 오빠에게 ‘내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게 이 대회였다’고 얘기해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2014년 경기 용인의 레이크힐스CC에서 열린 서울경제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인사하는 허윤경. /서울경제DB


가장 기뻤던 순간은 생애 첫 우승(2013년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때였다. “제가 워낙 힘들게 첫 우승을 했잖아요. 2012년에는 3주 연속 준우승에다 한 대회 건너 다시 준우승까지 한 해에 2위를 네 번 한 적도 있어요. 아마 준우승을 제일 많이 했을 걸요.”

아쉬웠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웃은 뒤 2012년 한화 클래식을 떠올렸다. 최종라운드에서 유소연에 1타 앞선 선두로 출발한 허윤경은 동타로 팽팽하게 맞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으로 날린 탓에 보기를 기록해 1타 차로 준우승을 보탰다.

투어 생활 10년을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고 하자 1초의 고민도 없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답한 그는 10년간 얻은 것으로는 ‘팬’을 첫손에 꼽았다. “투어 뛰면서 공인이자 스포츠 스타가 되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생긴 것은 소중한 소득”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그는 “누군지도 모르는 다수의 분들이 저를 위해 박수 쳐주고 응원해주는 것은 겪어보지 못하면 절대 알지 못할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며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얼까.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대학원에 가려고 해요. 프로 출신 경험을 살려 가족과 함께 골프장을 이끄는 데에 도움이 되려면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아서 경영 쪽을 공부할 예정입니다. 골프 아카데미를 만들어 지도하는 것도 생각 중이고요.” 충남 태안의 솔라고CC를 운영하는 시아버지 박경재 회장과 남편 박상현씨는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반자다.

최근까지도 은퇴를 실감하지 못했다는 허윤경은 “소식을 들은 분들의 전화가 오고 하니까, 안 그럴 것 같았는데 10년간의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면서 “인간 허윤경으로서 괜찮은 사람, 프로 선수로서도 멋졌던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들을 향해서는 “골프에만 얽매여 스트레스 받는 모습이 안타깝다. 투어 생활 자체를 즐기면서 현재 하고 있는 것에 감사한 생각을 가질 때 긍정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고 조언한 그는 “한결같이 힘이 돼 주셔서 감사하다”며 팬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허윤경은 이날 현역 마지막 서울경제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선전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며 공동 15위(합계 1오버파)로 마감했다.
/서귀포=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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