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착취물 제작 등 디지털 성범죄를 지금보다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해 양형 기준을 높이고 범죄 유형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일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에 관한 제15차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들과 시민들로부터 이 같은 의견을 들었다. 이날 공청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다.
이윤정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물 제작 범죄의 양형 기준안에 대해 “디지털 성범죄의 행위 태양에 따른 더 세부적인 유형 분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리 목적 제작 등 범죄의 형량 상한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의 하한 형량 기준이 2년6개월로, 13세 이상 청소년 강간(3년)보다 낮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성 착취물 제작의 죄질이 청소년 강간에 비교해 더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감경 영역의 하한을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양형위는 지난 9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상습범에 대해 최대 29년3개월의 형량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안을 확정했다.
양형 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사항으로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법관이 양형 기준에서 벗어나는 판결을 할 때 판결문에 그 이유를 기재해야 해 합리적 사유 없이 양형 기준을 무시할 수도 없다.
촬영물을 배포 전 스스로 삭제하면 형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한 양형 기준안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증거 인멸을 위해 촬영물을 삭제하는 가해자는 모두 감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 기준안의 일부분에 성 인지 감수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촬영물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형량 감경 사유가 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가슴이나 치마 속 등 신체 부위만 촬영된 사진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을 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며 기준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형위는 이날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내달 전체 회의에서 최종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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