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노사가 3일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선언을 통해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후 반년 만에 협력적 노사관계의 장이 본격적으로 마련됐다.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노사는 동반자로서 신뢰 구축을 다짐했다.
이날 오전10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전자 단체교섭 상견례’에는 나기홍 삼성전자 부사장과 김만재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등이 참석했다. 나 부사장은 “이번 교섭은 삼성전자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어가는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노사 모두가 동반자로서 중요성을 같이 인식하고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달 1일이었던 창립기념일을 언급하며 삼성전자가 노조를 존중하는 경영을 펼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금속노련 15만 노조원을 대신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삼성이 노동자와 힘을 모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며 “(창립기념식에서 목표한) 초일류 백년기업의 첫걸음은 노동자들을 존중하고 노조활동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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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교섭위원은 각 11명으로 구성됐다. 나 부사장은 상견례만 참석하며 이후 교섭은 최완우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인사기획그룹장(전무)이 총괄한다. DS 부문 등에서 다수 조합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4노조를 고려해 해당 부문 임직원 여럿이 교섭위원으로 참석했다. 노조 측은 금속노련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등 단체교섭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자리했다. 이번 교섭은 삼성전자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총 4개 노조가 창구를 단일화했으며 이들 가운데 4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이 권한을 위임받아 교섭에 나서는 것이 특징이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1차 교섭에서 양측은 교섭 일정과 횟수를 결정했다. 노조는 단체교섭안을 이번주 내로 사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양측은 단체협약 체결 전까지 교섭위원을 위한 임시 사무실 제공과 노조 측 교섭위원의 교섭참여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등의 교섭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에 합의하고 이달 17일 2차 교섭을 약속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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