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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폭주하는 정권의 위험한 기업관

이상훈 성장기업부 차장





‘개인유사법인’. 처음에 이 단어를 들었을 때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개인’을 ‘가족기업’이라는 말로 바꾸면 이해하기가 조금 낫다. ‘가족기업’과 비슷한 법인이 바로 ‘개인유사법인’이란다. 그런데 정부가 이런 개인유사법인의 초과유보소득에 대해 배당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긴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세법 개정안에 담긴 철학과 추진 과정을 따져보면 문재인 정부의 기업관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의사결정 구조도 얼마나 비민주적인지 잘 드러난다는 생각이다.

일단 이 정부는 ‘법인’ 중에 사실상 ‘경영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비정상’ 법인, ‘짝퉁’ 법인이라 할 ‘개인유사법인’이 많다고 보고 있다. 이 법 자체가 개인 소득세의 최고세율은 45%, 법인 소득세의 최고세율은 25%라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사실상의 가족기업이 법인을 만든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나쁜’ 절세를 일삼은 가족기업을 걸러내기 위해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 정부는 경영 투명화를 위해 이른바 가족기업의 법인화를 유도해왔다. 그런데 얼굴색을 바꿔 이제는 탈세하기 위해 법인 전환을 하고 있다는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더구나 전통제조업이 투자는커녕 은행 대출도 받기 어려워 최대주주의 지분이 높고 비상금 격인 유보금을 쌓아둘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은 채 말이다.



이번에는 개정안 추진 과정을 보자. 초과유보소득과세를 담은 세법 개정안은 이제 국회에 막 제출된 상태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시행령을 논의하고 있다. 법 통과도 안 된 상황인데도 말이다. 이 정부의 핵심들이 국회를 우습게 알기 때문인지 이제는 관료조차도 이들을 닮아가고 있다. 총선 결과에 따른 의석수의 불균형이 이제 민주주의 절차 무시로 진화하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 어차피 법만 제출하면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논스톱이라는 것인가. 이제는 이런 절차적 문제에 대해서는 말조차 나지 않는다.

‘그냥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는 ‘비대해진’ 시행령의 역할에서도 감지된다. 법에서 중요 내용을 규정하면 요식행위로라도 국회에서 ‘지지고 볶아야’ 하기 때문인지 죄다 정부 입김에 따라 일사천리로 갈 수 있는 시행령에 이를 담으려 하고 있다. 가령 개정안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범위, 유보소득 범위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정부가 세수가 부족하니 기업 팔을 비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예산을 방만하게 짜니 돈이 모자라고, 결국 ‘무리한’ 법 추진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궁리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한 최고경영자(CEO)의 넋두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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