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시장에서 이면계약, 위로금 지급 등 각종 교란행위가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가 신고에만 의존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정부는 부동산시장 범죄행위에 대한 조사와 수사, 정보수집 등을 위해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까지 출범했다. 하지만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대차 3법에 대해 무려 64%가 전월세 시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설문조사도 나왔다.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한국감정원 전국 지사에 접수된 전월세 시장의 이면계약 등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 건수가 ‘0건’으로 집계됐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각종 꼼수와 불법행위가 판치고 있지만 행정상으로 파악하는 위법행위가 전혀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불법행위로는 전월세 계약과 관련해 상한제 5%를 초과하는 이면계약을 들 수 있다. 실제 전세시장에서는 이면계약이 곳곳에서 꿈틀대고 있다. 물량이 급감하고 가격이 한 달 새 억 단위로 오르면서 일부 주택 소유주들이 법에서 정한 기준 이상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한 세입자는 “집주인이 계약 기간 종료 이후 본인이 직접 입주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며 “전셋집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법적 상한선보다 더 올려주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대로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주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세입자가 주택 소유주의 난처한 상황을 역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세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경기도 의왕 아파트를 매도하기 위해 세입자에게 이사비 명목으로 퇴거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방치하면 상가 권리금처럼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관습화되면서 각종 사회적 분쟁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좋은 세입자와 나쁜 집주인 등 이분법에 근거해 법을 만들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며 “상호 간 합의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정부가 규제를 통해 간섭하다 보니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악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 인식은 안일하다. 정부는 한국감정원에 집계된 신고 등을 바탕으로 전월세 시장의 교란행위가 심각하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불법시장 대응반 등을 통해 적극적인 조사를 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현행 법규상 대응반은 실거래 위반, 집값 담합, 불법 청약, 부당 중개행위 등에 대해서만 수사·조사하도록 해 주택임대차 시장에 대해서는 정보 수집·분석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위로금이나 주택임대차 이면계약 등 혼탁행위가 시장에 확산 조짐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필요한 경우에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직방이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1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대차3법이 전월세 거래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6명(64.3%)이 ‘도움이 안 된다’고 응답했다. ‘도움된다’는 응답은 14.9%에 그쳤다. 특히 임대인이나 임차관계와 무관한 자가거주자층에서 도움이 안 된다는 응답 비율(75.2%)이 임차인보다 높게 나타났다. 임차인은 전세 임차인 67.9%, 월세 임차인 54%가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강동효·권혁준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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