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선 당선 확정 이후 우편개표 등을 둘러싼 소송으로 인한 혼란이 아직 가시지 않은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서는 이미 차기 대선 대권주자 후보에게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4대선에 다시 출마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곧 트럼프 대통령이 11·3대선 패배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패색이 짙어지자 공화당 내부에서는 이미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날 악시오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4년 뒤 대선에 출마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당일이었던 지난 2017년 1월20일 차기 대선 출마 후보 자격을 얻기 위해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관련 서류를 보관해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4년 전 취임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차기 대선을 준비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재선전에서도 패배가 확정된 상황에서 4년 후 차기 대권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공화당에 ‘대선후보 트럼프’는 이미 보증된 카드다.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날 오후9시(동부시각) 기준 트럼프 대통령은 7,152만여표를 얻었다. 역대 미 대선에서 최다 득표한 조 바이든 당선인(7,612만표)에 이어 버락 오바마(6,950만표)를 제치고 득표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11·3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선거에서 공화당의 다수당 유지가 유력해지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완전히 패배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아니라 그의 곁에서 핵심참모 역할을 했던 가족들도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조작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지금까지도 대통령 지지층 결집에 힘을 싣고 있다. 안정적인 대외 이미지와 실무능력으로 대통령은 물론 백악관 참모들에게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장녀 이방카 트럼프도 차기 대선후보로 언급된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사실상 트럼프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점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발해 유권자 7,612만여명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투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일가가 다시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같은 이유로 공화당 내부에서는 플로리다의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차기 대권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당내에서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를 적극 도우며 공화당의 플로리다 수성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재개 정책을 주도적으로 따르며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역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는 2016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지지를 얻은 인물로 당내 지지기반이 비교적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활발한 트위터 활동으로 40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본인도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이미 내년 1월 치러질 조지아 상원 결선 투표를 적극 지원해 공화당의 다수당 유지를 이끌어내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공화당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유엔대사 활동을 하며 외교인맥을 넓혔고 자주 언론에 노출되며 미국 내 인지도도 높였다. 특히 공화당의 두둑한 자금줄 역할을 하는 로널드 로더가 헤일리의 안정적인 면모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그가 인도계 부모님을 둔 유색인종이고 여성이라는 점이 소수 계층의 인권 향상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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