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의 대형 기술주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던 ‘직구족’들이 혼란에 빠졌다. 중국의 ‘빅테크’ 기업을 골라 맹공을 퍼붓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선거 패배로 중국 기술주들의 몸값이 빠르게 뛰고 있었지만 다소 예상보다 이르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소식이 들려오자 상승기세가 급작스럽게 꺾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술 기업을 대하는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기업이 가진 본질적인 측면은 훼손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홍콩 증시의 대표지수인 항셍지수(HSI)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약 0.8% 상승하는 장세를 보였다. 금융주들을 비롯해 부동산 등 업종이 대체로 강세를 보여 지수를 올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지수 상승은 국내 투자자들의 성과와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항셍지수는 구 경제권의 비중이 높아 국내 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해오던 중국의 대형 기술 기업의 움직임을 뚜렷하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많이 투자하는 홍콩 주식 상위에는 텐센트(4억5,545만달러), SMIC(2억438만달러), 알리바바(1억3,613만달러), BYD(1억3,294만달러) 등 성장·기술주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런 종목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항셍테크지수는 이날 5%대의 급락세를 보인 것이다. 미국의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가 중국 기술기업의 주가에도 직접적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실 중국 빅테크에 투자했던 ‘직구족’들은 대선 기간 전후로 대체로 괜찮은 수익을 보고 있었다. 조 바이든의 당선으로 기술주들의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를 비롯해 틱톡의 소유주인 바이트댄스 등을 상대로 직접적인 규제를 가했고 그때마다 주가가 크게 흔들렸지만 바이든 시대에는 대결 국면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주가가 크게 뛰었다. 이에 항셍테크지수는 이달 들어 9일까지 약 11%가 상승했고 텐센트 등은 연고점을 경신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 이슈와 함께 투자 성과도 원상복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빅테크에 대한 투자 심리는 당분간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 등 경기민감 종목으로 순환되면서 성장·기술주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장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이 가진 본질적인 측면을 훼손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에 오히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매수 기회라는 설명도 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백신 등의 이슈로 텐센트 등 중국의 테크기업들의 기업가치가 훼손된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주요 기업들이 국가 내에서 가진 지배력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하며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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