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대형 국책사업이 정치 바람에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또 박근혜 정부에서 일단락된 동남권신공항 문제를 다시 꺼내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동조하면서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표만을 의식한 정책 남발로 국가적 사업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인 우원식 의원은 12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조만간 국회 세종시 이전 계획과 함께 ‘글로벌 경제수도로서의 서울’ 관점에 부합하는 국회 부지 활용방안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민주당은 스타트업이나 금융 클러스터를 만드는 방안 등을 포함한 ‘마스터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전날 이 대표 역시 “국회의 ‘세종 완전 이전’을 목표로 단계적 이전을 추진하겠다”며 “구체안을 곧 국민 앞에 상세히 제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우 의원의 국회 부지 활용방안은 이 대표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민주당 서울·인천 지역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예정된 오는 18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서울의 국회 부지 활용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은 국회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서울 지역 민심 이반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국회가 세종으로 이전할 경우 서울 유권자들의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또 다른 개발 공약을 내놓기 위한 수순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섣부른 행보는 이 대표가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을 찾아 동남권신공항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이 대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가덕도신공항 적정성 조사 용역비를 예산에 반영할 것을 기대한다”며 “용역비를 예산에 반영하는 것이 가덕도신공항이 검토 대상으로 올랐다는 것도 되겠다”고 발언한 후 가덕도신공항을 위한 예산 문제도 불거졌다. 국토교통부가 가덕도신공항 적정성 검토 용역비 20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당정 간 파열음이 일기도 했다. 여당 대표가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강한 의지를 나타낸 가운데 국토부가 신공항 추진을 위한 용역 예산을 반영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동남권신공항 문제는 ‘노무현 정부 신공항 검토(2006년)→이명박 정부 백지화(2011년)→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공약(2012년)→김해공항 확장 발표(2016년)’ 등을 거치며 백지화된 사업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비롯해 PK 지역 여당 의원들은 사업 재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법제처가 신공항의 대안인 김해공항 확장에 백지화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동남권신공항 문제가 반드시 추진돼야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면서 “이미 가덕도신공항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된 사안인데, 정치권이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무리하게 재추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운명을 가늠할 만한 대형 국책사업은 선거공약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사회적 총론으로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거 승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공약의 특성상 사업의 필요성보다는 표심에 매몰된 포퓰리즘적 발상에서 자유롭기 힘들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대형 국책사업 선정이 ‘제로섬 방식’으로 진행되는 한 소모적인 갈등을 피할 길이 없다”며 “대형 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이 국책사업은 공약에 포함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안을 만들 수 있도록 정치권 밖에서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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