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기차 배터리를 장착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화재위험’으로 인해 잇달아 리콜에 들어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배터리 안정성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온 국내 배터리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5일 제너럴모터스(GM)는 LG화학(051910) 배터리가 장착된 쉐보레 전기차 볼트EV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리콜은 한국 오창에서 생산된 LG화학의 고압 배터리를 장착한 2017~2019년형 볼트EV 6만8,600여대를 대상으로 한다. 이 중 미국 내 판매분은 5만900여대다.
GM 관계자는 “완전 충전이나 이에 근접해 충전할 경우 잠재적인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으로 이뤄지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GM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 화재 사고 3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GM은 추가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리콜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GM은 잠재적 화재 위험성을 완화하기 위해 차량 배터리 충전을 전체 충전 용량의 90%로 제한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LG화학의 배터리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차는 LG화학 배터리가 장착된 코나EV 7만7,000여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결정하고 국내외 미국·유럽·중국 등지에서 리콜을 진행 중이다. 코나EV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동일 차량에 대해 국내외에서 1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인한 리콜은 LG화학 외에도 전 세계 배터리 업체들이 당면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SDI(006400) 배터리가 장착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 BMW330e와 포드 쿠가 PHEV 모델의 리콜이 진행 중이며, 일본 파나소닉 제조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S와 모델X도 배터리 모듈 이상으로 추정되는 문제로 리콜을 결정했다. 또한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 광저우기차의 ‘아이온S’에서도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며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생산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안정성 논란은 배터리 기업들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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