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고소득자 신용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사람들이 은행 온라인 창구로 몰려들었다. 이미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도 규제가 소급 적용되는지, 추가 대출이 얼마나 가능한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은행을 다시 찾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방안’ 발표 직후인 14∼15일 주말임에도 온라인 비대면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다. A은행의 경우 719건 304억원의 신용대출이 단 이틀간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이는 불과 1주일 전 주말 약 70억원(348건)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같은 기간 B 은행의 신용대출도 67억원(234건)으로 직전 주말의 27억원(155건)의 약 3배에 이른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에서는 15~16일 신용대출 신청 고객이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접속 지연 현상까지 나타났다.
직장인 이모씨(36·서울 은평구)는 “당장 부동산 구입 계획은 없지만 혹시 앞으로 부동산 투자에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용대출을 시도했다”며 “16일 오전 10시 30분께 카카오뱅크 앱으로 신용대출을 신청하는 도중 ‘접속량이 많아서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접속량이 많으면 일시적으로 그런 메시지가 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30일부터 연 소득 8,000만 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 원을 초과하면 개인 차주(돈 빌린 사람)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비은행권 60% 이하)’ 규제를 받는 것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 대비 대출 부담 수준을 나타낸다. 아울러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신용대출 신청뿐 아니라 은행 지점에는 규제 관련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13일) 규제 발표 이후 지점마다 전화와 방문 문의가 꽤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의 내용은 주로 과거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에게도 규제가 소급 적용되는지, 부부의 경우 각각 규제가 적용되는지,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실제 사용액과 한도 중 기준이 무엇인지 등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개인 단위 DSR 40%’ 규제는 제도 시행(30일) 이후 신용대출을 새로 받거나 추가로 받아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는 경우에 적용된다. 따라서 30일 이전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보유하더라도 DSR 40%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 경우 금리 또는 만기 조건만 바꾸는 재약정도 규제와 무관하다.
아울러 이번 대출 규제는 부부나 가족 합산이 아니라 개인 차주별로 적용된다. 부부가 각 9,000만원씩 신용대출을 받은 뒤 1년 내 규제 지역에 집을 사도 대출금이 회수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한도 대출’의 경우, 총 신용대출 규모를 산정할 때 실제 사용액이 아니라 금융회사와 약정 당시 설정한 한도금액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다른 직장인 이모씨(35·서울 마포구)는 “자산 버블(거품)로 모든 자산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 정부의 가계대출 대책 때문에 나만 나중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하지 못하게 될까 봐 불안하다”며 “생애 처음으로 은행에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방법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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