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옥의 건축적 특징 중 하나는 외부의 풍경이 건축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건축물이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일지 모르겠다. 사랑채와 안채, 안마당과 마을의 주산이 중첩돼 보이는 경관은 우리에게 친숙한 아름다움이다. 경북도청신도시 코오롱하늘채 아파트는 오늘날 가장 익숙한 주거형태인 아파트임에도 전통한옥과 같은 건축적 특징을 갖추도록 설계자의 의도가 녹아있다. 단지 내부는 커뮤니티 시설과 주동, 광장이 사랑채와 안채, 안마당이 이어지듯 연결되고 이 단지는 다시 마을의 주산인 검무산과 중첩된다. 애초부터 설계자는 그렇게 아파트 단지를 주변 풍경에 녹이고자 했다. 단조로움을 벗어나 다양한 패턴을 지닐 수 있도록 한 외벽은 주변과 조화를 고려한 선택이다. 경북도청신도시 코오롱하늘채 아파트가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공동주거 부문 대상을 차지한 것은 입주민들의 편리한 생활과 소통하는 문화를 유도하면서도 건축물을 통해 차분한 자연환경과 활기찬 도시환경이 공존하는 이미지까지 구현해 냈기 때문이다.
경북도청신도시 코오롱하늘채 아파트는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 1177번지에 지하 2층, 지상 29층, 869가구 규모로 지어진 신축 공동주택이다. 지상 15층∼29층 아파트 8개동 869가구로 주택형별로는 60㎡ 140가구, 74㎡ 256가구, 77㎡ 49가구, 84㎡ 424가구로 구성됐다. 경북개발공사가 경북도청 신도시 내 첫 공공임대아파트로 공급한 단지로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하는 형태다.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하고 코오롱글로벌이 지었다. 지난 7월부터 주민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경북개발공사는 완성도 높은 공동주택을 짓고자 했다. 이에 공공임대아파트 사업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일반 입찰을 하지 않고 대신 기술제안입찰 방식을 통해 선정했다. 그렇게 선정된 곳이 코오롱글로벌이다. 코오롱글로벌은 공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빗물순환 장치 등 실용성부터 환경, 자재의 적합성 등 입주 편의까지 책임졌다.
설계자인 에이앤유디자인그룹 건축사사무소는 경상북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유구한 문화와 전통을 잇는 단지 디자인을 구현하고자 했다. 아파트를 병풍같이 세워 검무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는 일은 없도록 했다. 검무산 주변으로 바람길을 열고 단지 가운데는 넓은 중앙광장을 배치했다. 자연과 연계된 친환경 생태마을을 완성하고자 하는 의도다.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풍경이나 창살, 자연의 색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단지에 적용했다”며 “부대시설도 자연과 연계한 디자인을 고려했는데 이를 통해 검무산과 어우러지는 중첩경관을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단지 전체뿐 아니라 각 가구에서도 자연을 품을 수 있도록 했다. 에이앤유디자인그룹은 풍부한 자연을 누리는 친환경 녹색 마을을 구현하는 것을 경북도청 코오롱하늘채 프로젝트의 주안점으로 꼽을 정도다. 이를 통해 다양한 가구 배치계획을 검토하고 다각적인 시뮬레이션을 거쳐 전 가구가 자연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최상층에는 다락을 놓았고, 일부 동은 오픈 테라스 하우스로 구성해 외부와 접하는 공간을 뒀다. 일부 가구는 3면이 개방된 조망특화가구다. 단지의 진입로 중앙광장을 확보한 것도 검무산과 연계한 친환경 생태마을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아파트 어느 동 어느 가구에서든 안쪽 정원, 바깥 족 검무산 등 녹지를 볼 수 있게 됐다.
각 주동은 검무산 조망을 최대로 확보하도록 건립됐다. 전 가구가 4베이(4 Bay) 형태를 갖추도록 한 것도 채광 및 환기를 극대화해 거주성을 높이고자 한 목적이다. 설계사 측은 “각 주동간 거리도 부지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떨어뜨려 배치했다”며 “이는 세대 간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 바람길을 열도록 해 맞통풍과 자연환기를 극대화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의 또 다른 특징은 소통을 유도하는 건축적 장치다. 보행로는 그저 단지를 한 바퀴 두르는 길의 형태가 아니라 수직을 이어주는 계산과 수평 방향의 브릿지가 상하좌우로 서로 얽혀있다. 입주민들은 보행로를 따라 오가며 서로 마주하게 된다. 보행로는 말 그대로 보행의 공간이자 마주침의 공간이 되는 셈이다. 어찌 보면 옛 동네에 골목길이 굽이치듯 얽혀 있던 것과 닮았다. 과거 골목길이 정겨운 소통이 일어나던 일종의 커뮤니티 공간 역할을 했던 것처럼 다지 내 보행로를 이어주는 다양한 입체 동선은 편의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소통을 유도하는 활기찬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조성했다.
구체적으로는 어귀 마당을 통해 마을의 시작을 알리는 누마루채(맘스라운지·피트니스센터)와 사이마당을 둘러싸는 마을 사랑채 (도서관·북카페·문화교실), 여기에 근린생활시설까지 연계되는 소통형 마을이 구현돼 있다. 단지진입부의 이음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시설들을 배치해 다양한 소통이 오가는 열린 광장을 조성한 셈이다. 단지의 담장도 없앴다. 단지 내부의 소통은 물론 단지 외부환경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건축적 장치다. 영역을 구분하면서도 일부러 주변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안전하고도 개방적인 주거단지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활 편의를 높이기 위한 시공사의 배려도 녹아있다. 코오롱글로벌은 각 가구별로 드레스룸·알파룸·펜트리 등 수납공간을 최대화하고 아랫집의 욕실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욕실 층상배관공법을 썼다. 욕실 배관을 아래층 천정에 설치하지 않고 해당 층 바닥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단열재는 끊임이 없도록 연속시공하고, 개방감을 위해 천장고를 10㎝가량 더 높이 확보했다. 주차장에 초음파 주차유도 시스템을 넣은 점도 신속하게 주차공간을 안내해 정체를 줄이기 위한 장치다.
환경적으로는 물을 조경수로 재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수자원을 절감했다. 초고속정보통신 1등급, 건물 에너지효율 1등급, 녹색건축 우수등급을 획득해 이번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 수상에 앞서 지난해 대한민국 고효율·친환경 주거 및 건축기자재 대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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