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아들 이모(17)군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을 대상으로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해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군은 신 의원과 김 청장의 아버지에 대한 언급이 고인과 유족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20일 이군의 어머니이자 고인의 전 부인인 권모(41)씨는 김기윤 변호사와 함께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의원과 김 청장,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해경청 형사과장이 피격 공무원과 유족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군은 진정서에서 신 의원이 게시한 글로인해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내용으로 고인의 유가족과 진정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 정신적 가해행위를 한 것”이라며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신 의원은 지난 9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월북은 반국가 중대범죄이기 때문에 월경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막고, 그래도 계속 감행할 경우는 사살하기도 한다”고 적었다.
또한 해경이 지난달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격 공무원의 도박 기간과 횟수, 금액을 세세하게 공개한 것에 대해 “월북 여부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금융자료를 집중적으로 발표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미성년자인 이군의 대리해 참석한 권씨는 이날 울먹이는 목소리로 “민감한 개인 신상에 대한 수사정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 명예살인을 자행했고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에게 도박하는 정신 공황 상태의 아빠를 둔 자녀라고 낙인찍어 미래를 짓밟았다”고 말했다.
권씨와 김 변호사는 기자회견 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이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 상태가 심각해서 지금까지 진정을 못 내고 다독거리다가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서 이렇게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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