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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파산은 잘못된 처리"···슬쩍 입닦는 산은·정부 [뒷북경제]

항공사 합병 추진 과정서 한진해운 정책 실패 인정

한진해운 파산으로 선박·터미널 등 인프라 붕괴

산은·정부 주도 산업 구조조정 다시 살펴볼 때

뒷북경제




“4년 전 한진해운·현대상선의 동반부실화가 있었다. 큰 호황 뒤 불황이 오며 해운업이 다 망할 지경이었는데 잘못 처리해서 비용이 엄청 많이 들었다.”

지난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 말입니다. 최근 산은이 추진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과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현 HMM)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HMM이 정상화되고 있지만 당시 한진해운을 잘못 처리한 영향으로 두 회사가 있었을 당시의 시장점유율을 못 따라가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실제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두 국적 원양 선사 체제였을 때 우리나라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105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에서 현재 77만TEU로 축소됐습니다. 한진해운 파산 직후에는 46만TEU까지 줄었습니다. 미주 항로 점유율도 11.8%에서 3.6%까지 급감하면서 지금은 6.9%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최근 수출기업이 미국으로 수출할 배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결국은 한진해운 파산의 충격 여파로 볼 수 있습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모습. /사진제공=산업은행


이에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난 11일 정기 컨테이너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한진해운 파산은 국가 수출입 물류의 동맥이자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금융논리에 입각한 구조조정에 따른 결과”라며 “한진해운이 사라지면서 우리 해운산업과 수출입 물류에 큰 손실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2016년 9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2017년 2월 파산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한진해운이 최근 재소환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산은과 정부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결정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결정한 것이 사실상 구조조정 실패라는 것을 정부와 산은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 파산만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컨테이너 물류라는 특성상 법정관리를 시작하면 절대 회생할 수 없고 40년 동안 쌓아 올린 인프라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산은 등 채권단은 이를 듣지 않고 자구노력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정상화 지원이 어렵다는 원칙만 내세웠습니다.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HMM


그 결과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던 1만3,000TEU급 선박 9척은 모두 머스크라인, MSC 외국 선사들이 가져갔습니다. 지금은 가지고 있던 배를 모두 뺏기고 혈세를 들여 다시 배를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 보유하고 있던 터미널 지분도 헐값에 넘겼습니다. 롱비치항만에서 규모가 가장 큰 터미널로 한국 선사가 미국 물류 핵심지에 그만한 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앞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해운업황이 회복됐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진해운이 사라졌기 때문에 남은 선사들이 반사이익을 얻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한진해운이 잃어버린 선박과 점유율을 가져간 외국 선사들은 운임이 오르자 한국 화주는 모른 체하고 중국 등 운임이 더 비싸고 물량이 많은 곳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은 당시에도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부분입니다. 그런데도 산은과 정부는 이를 듣지 않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결정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정권이 바뀌고 당시 한진해운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모두 물러났다고 해서 산은과 정부가 아무 책임 없는 것처럼 말을 바꾸기엔 한진해운은 너무 큰 회사였고 그로 인한 국민적 피해는 작지 않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산은과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 구조조정의 한계도 살펴볼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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