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을 그대로 남겨둔 정부의 ‘낙태죄 존치’ 입법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실상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놨다.
30일 인권위는 전원위원회에서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비범죄화를 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정부의 개정안은 최대 24주까지는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제한적 개정안이라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전원위원회는 조현욱 위원을 제외한 인권위원 10명이 참여한 가운데 장고를 이어갔다. 정부안으로 충분하다는 소수의견을 낸 이상철 상임위원과 문순회 위원을 제외하고 8명의 위원은 비범죄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찬성해 의견표명이 이뤄졌다.
다수의견을 낸 위원들은 국제인권조약에 따라 낙태한 여성을 형법으로 처벌해선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는 임신중절 방식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를 보였고 끝내 ‘비범죄화’라는 큰 틀에서만 의결이 진행됐다.
그러면서도 인권위는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의 개정안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제대로 못 담아 낸 것은 아니며 헌재의 결정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준일 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헌재의 결정이 주목한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비해 태아의 생명권이 절대적 우위에 있었다는 것”이라며 “적어도 법무부 형법 개정안은 헌재의 취지를 최대한 반영했다는 걸 인정한 다음에 조금 더 최선의 방향이 비범죄화라고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국회에 위와 같은 의견을 보낼 예정이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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