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요양병원 암 보험금 미지급과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으로 삼성생명에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의결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이번 조치로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다.
4일 금감원 제재심의위는 전날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에 대해 ‘기관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대주주와의 거래제한(보험업법 제111조) 및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보험업법 제127조의3)를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또 과징금과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임직원에 대해 감봉 3개월·견책 등으로 심의했다. 앞서 금감원이 사전통지문을 통해 예고한 중징계를 그대로 의결한 것이다.
이번 중징계 조치로 삼성생명의 신사업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감원의 기관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 명령, 기관 경고, 기관 주의 등으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기관 경고부터 중징계에 해당한다. 중징계를 받으면 1년 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등의 진출에 제한을 받게 되고 대주주 변경 승인도 제한된다.
이번 제재심 안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요쟁점으로 다수의 암 환자에게 요양병원 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 꼽힌다. 앞서 지난 2018년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암 보험 가입자와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 간의 분쟁이 촉발됐다. 암 환자들은 요양병원 입원 후 항암치료를 받는 것도 ‘암의 직접 치료’라고 주장했지만 생보사는 이를 직접 치료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또 다른 주요 안건은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건으로, 삼성생명은 전산시스템 개발 용역을 맡은 삼성SDS가 기한을 넘길 시 배상금을 받기로 했는데 이를 받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삼성생명 내부적으로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삼성생명이 암 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한 근거로 삼은 것은 법원 판결이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암 보험에 가입한 암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것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치료’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이는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1·2심 재판부는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지난 9월 ‘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 공동대표인 이모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암 입원비 지급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이 제재 근거로 삼았던 암 입원비 부지급 사유를 법원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제재심은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로 심의결과 자체는 법적 효력이 없다. 향후 조치대상별로 금감원장 결재,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제재 내용이 최종 확정된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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