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의 ‘진앙지’로 떠오른 수도권의 방역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역학조사 역량 강화를 위해 이미 계획된 군·경·공무원 투입뿐 아니라 공중보건의의 투입 확대도 함께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날 수도권에서 역대 최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자 직접 지휘봉을 들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추·윤 사태’ 후폭풍으로 국정수행 지지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K-방역’ 성과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한 시간 가량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화상으로 ‘코로나19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686명으로 2월 말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자 예정에 없던 회의를 소집했다. 약 6개월 만에 열린 이번 수도권 대책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역학조사-진단검사-격리 또는 치료’로 이어지는 삼박자의 속도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진단검사를 위한 ‘신속항원검사’ 활용과 함께 야간·휴일 선별진료소 운영 등도 주문했다.
그간 K-방역은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떠받치는 핵심 요인이었다. 하지만 3차 유행 속에서 그 비중은 줄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40%로 발표된 지난 달 27일 한국갤럽 조사(신뢰 수준 95%·표본오차 ±3.1%)에서 긍정평가 요인 중 ‘코로나19 대처’는 35%를 차지했다. 하지만 일주일 후인 지난 4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신뢰수준 95%·오차범위 ±3.1%포인트)에 따르면 국정수행 지지율이 39%를 기록한 가운데 긍정평가 근거인 ‘코로나19 대처’는 27%로 8% 포인트 하락했다.
청와대가 코로나19 대응력을 지지율 회복의 키로 판단하는 이유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8일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심기일전하겠다. 코로나 상황이 지금 방역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고 있다”면서 방역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 역시 연일 방역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가용한 인력을 최대한 투입해서 수도권 지역의 현장 역학조사 역량을 강화하라”면서 공무원, 군, 경찰 등 가용 인력을 현장 역학조사 지원 업무에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미흡한 코로나19 대처가 임기 말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끝없는 갈등 등 각종 부정적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지지율 일등공신’이었던 코로나 대처 능력까지 상실하면 국정운영 동력의 마지노선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여야가 충돌하는 국회 상황, 부동산 이슈에 코로나19 문제까지 중첩되면 부정평가에 복합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정부의 대처 능력이 의심을 받게 되고 지지율이 30%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이 코로나19 3차 확산의 주요 고리로 지적된 만큼 이날 회의에선 이재명 경기지사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군, 경찰 등을 현장 역학조사에 투입하도록 지시한 가운데 서욱 국방부 장관과 김창룡 경찰청장도 참석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등도 화상으로 연결됐다.
이날 회의에서 박능후 장관은 ‘코로나19 수도권 상황 판단 및 중증환자 병상확보 계획’을, 정기현 원장이 ‘중환자 발생 현황 및 관리 계획’을 보고했다. 정은경 청장은 ‘수도권 병상 확대·역학조사 강화 추진 계획’을 전달했다. 이어 서욱 장관이 ‘현장 역학조사 인력 지원계획’을 보고한 후 서울시·경기·인천 지자체장은 지역별 현황 및 대응 계획을 밝혔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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