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트 바라라 전 뉴욕주 남부지구 연방검사장은 미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검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가장 저돌적이고 거침없는 검사’라고 찬사를 보냈다. ‘월가의 보안관’ ‘부패 척결의 선봉장’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을 정도다. 그는 2011년 뉴욕 월가의 증권 사기를 파헤쳐 헤지펀드계 거물이었던 라지 라자라트남, 라자트 굽타 전 매킨지컨설팅 최고경영자(CEO) 등 71명을 기소해 이 중 67명의 유죄를 받아냈다.
2013년에는 집요한 수사 끝에 헤지펀드 운용사 SAC캐피털의 내부자거래를 밝혀내 이 회사 창업자이자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스티브 코헨을 기소했다. 바라라가 이끄는 뉴욕주 남부지구 검사들과 코헨이 벌였던 치열한 법정 다툼은 미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법정 공방은 2016년 ‘빌리언스(Billions)’라는 TV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돼 지금까지 시즌5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바라라는 정치권과도 타협하지 않았다.
셸던 실버 전 뉴욕주 하원의장 등 정치인들을 줄줄이 부패 혐의로 법정에 세웠다. 여야 구분도 없었다. 바라라가 퇴임 전까지 기소한 뉴욕주 유력 정치인 17명 가운데 10명이 자신을 검사장으로 임명한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협력 제안에 대해 검찰 중립성을 이유로 피하다가 해임된 일은 그가 어떤 검사였는지를 보여준다.
바라라가 최근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Doing Justice)’라는 제목의 저서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요즘은 누가 정치적으로 적이냐 동지냐에 따라 정의의 개념도 달라진다”면서 ‘법의 지배’ 등이 기본 원칙으로 지켜지기보다는 정치 슬로건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선택적 정의를 내세워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몰아내면서 권력기관을 장악하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질타처럼 들린다. 또 “법은 정치적 무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과정이 공정하고 그 과정을 책임진 자들의 태도가 공정하다고 여길 때 결과도 정당하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가 새겨들을 말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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