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을 자찬해온 정부의 자만심과 안이함이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많다. 문 대통령은 며칠 전에는 “(코로나 사태의)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다가 1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코로나 재확산으로 걱정이 클 국민을 생각하니 면목이 없다”며 사과해 구설에 올랐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방역 대응 과정에서 정치 논리에 따라 고무줄 잣대를 들이댔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이 지난달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전국 집회와 총파업에 나섰는데도 정부는 자제를 요청했을 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차벽 설치 등으로 8·15 광복절과 개천절의 보수 단체 집회를 원천 봉쇄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정부는 코로나와의 전쟁이 한창인데도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을 밀어붙이다가 의료계와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정부가 수십억 원을 들여 ‘K방역’ 홍보에만 여념이 없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거리 두기 단계를 제때에 올리지 않거나 성급하게 내렸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백신과 병상 확보도 큰 문제로 등장했다. 정부가 계약을 완료한 유일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조차 미국의 승인 지연으로 내년 2~3월로 예정된 공급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정부는 올 2월 감염병 전담 병상 1만 개를 확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가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뒤늦게 컨테이너 병상 설치에 나섰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줄곧 ‘겨울 코로나’ 대비를 외쳐왔는데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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