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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기고 꺼졌던 백남준 작품이 되살아나기까지

백남준의 1993년작 '프랙탈 거북선'

대전시립미술관 연구논문집 발간

7년간 물에 잠겼다가 미술관 오기까지

이후 제자리찾기…복원과정까지 담아

1993년 대전엑스포에서 ‘리사이클 아트’를 주제로 한 재생조형관 설치작품으로 제작된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은 행사 이후 7년간 방치됐고 폐기 위기에 처했다가 되살아났다. 대전엑스포 전시 당시의 모습. /서울경제DB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약칭 ‘대전엑스포’)를 빛내는 리사이클 아트의 대표작으로 제작됐다. 1920년대부터 당시 최신형까지 70년을 관통하는 텔레비전 약 350대가 투입된 작품은 3개월 행사 기간동안 1,400만명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시간은 짧았고, 이내 작품과 행사장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무려 7년이나 방치됐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로 불리는 백남준(1932~2006)의 대형 비디오설치작품 ‘프랙탈 거북선’의 기구한 사연이다.

습기와 기온 차 때문에 망가질 대로 망가진 작품을 기사회생시켜 2002년 소장품으로 관리 전환받은 곳은 대전시립미술관이었다. 미술관 안에서도 가장 넓은 자리를 내줬건만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수용하기에는 비좁은 느낌이었고, ‘안 맞는 옷’처럼 보이기도 했다. 2009년 말 서울시가 ‘서울 빛 축제’를 기획해 대여를 요청하면서 ‘프랙탈 거북선’은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1개월 이상 더 많은 대중들과 만났다. 당시 야외에 조성된 유리전시관을 계기로 대전시에서는 ‘프랙탈 거북선’의 전용 전시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장소 선정을 두고 논란이 수년 간 이어졌고 2017년 말, 대전시립미술관 야외광장에 향후 건립될 개방형 수장고에 작품의 안식처를 마련하기로 결정됐다. 기쁨은 잠시, 이듬해 7월 부품 노후화로 오작동이 발생하더니 작품이 완전히 꺼져버렸다. 미술관은 수리·복원에 전력을 다 했고 2019년 1월 29일, 백남준 서거 13주기에 맞춰 ‘프랙탈 거북선’은 되살아났다.

지난 1993년 제작 당시(왼쪽)의 ‘프랙탈 거북선’과 2019년 1월 부품의 수리와 복원을 끝낸 후의 모습. /사진제공=이정성


예술과 기술, 과학과 미술이 만나 이뤄낸 백남준의 대표작 ‘프랙탈 거북선’의 보존을 주제로 대전시립미술관이 소장품연구논문집(제11집)을 14일 발간했다. ‘프랙탈 거북선’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원형홀에 설치된 텔레비전 1,003대의 ‘다다익선’ 다음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백남준의 작품이다. 백남준은 이 작품에 대해 “우리나라가 내놓은 세계적 발명품의 하나인 거북선을 형상화한 것으로 날개를 달아 미래의 진취적 모습을 담았다”고 개막 당시 인터뷰에서 밝혔다. 제작의 내막에 관해서는 △세계 최초의 장갑선인 거북선이 세계적으로 무지(無知)하다는 것 △공룡시대부터 살아온 거북의 생태 특성이 ‘인간문화의 감속화·장수화를 노리는 재순환 정신의 상징적 존재’라는 점 △탑·점술 등 거북이 우리 동이족의 신탁적 표상과 밀접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비디오, 고물 TV의 재순환, 프랙탈, 홀로그램, 레이저, 실물 수족관까지 망라해 하이아트(High Art)를 구현했다”고 작품 소개에 적었다.

이번 연구논문집에는 백남준의 테크니션인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를 비롯해 조상인 서울경제 문화부 차장, 권인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김환주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쓴‘프랙탈 거북선’에 관한 다양한 관점의 연구 결과가 담겼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은 “백남준‘프랙탈 거북선’의 연구논문집은 작품의 역사와 보존 과정이 처음으로 기록됐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백남준이 추구한 미래 가치를 되살려, 공감미술의 장을 확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구논문집 발간을 담당한 김환주 학예연구사는 “대전시립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인‘프랙탈 거북선’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좋은 기회이자 소장품 보존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립미술관은 2021년 미술관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인간성’의 성찰과 회복에 대한 목표를 밝혔다. 선승혜 관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화되는 디지털문화와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어떻게‘인간성’을 회복할 것인가를 예술로 성찰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사회가 견뎌온 고도성장의 속도와 글로벌리즘의 세계유행 추종을 잠시 멈추고 우리 내면의 감정과 문화를 보살피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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