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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 견제와 정체성 확립이 먼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동시에 구속 상태에 있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 쇄신을 통해 거듭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대표가 탄핵 사태 이후 처음으로 당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새 출발을 다짐한 것이다.

내년 4월 보선을 앞두고 이뤄진 대국민 사과는 감동도 비전도 없는 정치 쇼에 그쳤다. ‘무기력한 야당’ 이미지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수장을 지낸 김 위원장이 당을 옮겨 반성의 말을 하는 데서 누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겠는가. 제1야당의 임시 대표가 문재인 정권의 폭주에 대해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야당 탓’만 하는 것은 정치 수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날 사과를 놓고 당내에서 자중지란이 벌어진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제1야당의 시급한 과제는 정권에 대한 강력한 견제와 비판 기능을 되찾는 일이다. 정부의 실정에 대해 송곳같이 비판하고 대안과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기업 규제 3법과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여당과 선심 정책 경쟁을 벌이더니 ‘과잉 입법’ 논란을 빚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는 정의당과 협력을 약속했다. 시장경제 수호에 앞장서기는커녕 되레 ‘포퓰리즘 바람잡이’ 역할을 맡으니 일각에서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진정 수권 정당을 지향한다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법치주의 등의 헌법 가치를 근본으로 삼아 정체성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흔드는 거대 여당의 독주 정치를 강력히 견제할 수 있는 선명 야당이 돼야 정권에 등 돌린 민심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제1야당의 존재감을 회복하려면 적정 시점에 지도부를 과감히 교체하고 외부에 문호를 개방해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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