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서 타액 검사는 안 합니다. 검체가 얼어붙으면 검사하기 어렵다고 해서요.”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지난 15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 설치된 임시 선별 검사소에서는 ‘타액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 연이은 한파로 타액이 얼어붙는 문제가 발생하자 콧속에서 채취한 검체를 이용하는 비인두도말 PCR 검사법만 허용하고 있었다.
탑골공원 검사소를 찾은 이 모(56) 씨는 “PCR 검사법만 한다고 해서 검사를 받았다”며 “결과가 급하게 필요하지는 않아 상관없지만 뉴스에서 본 것과 달라 의아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타액 PCR 검사 등 기존보다 간편한 신종 검사법을 도입하며 검사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연일 영하권을 맴도는 날씨에 일부 검사소에서는 이 같은 방법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5일 서울 날씨는 최저 기온 -11.1도, 최고 기온 -4.6도를 기록했다. 강풍까지 불며 체감온도는 더욱 낮았다. 서울경제가 방문한 서울 임시 선별 검사소 5곳 중 2곳은 추위로 검사소 운영에 차질을 겪고 있었다. 탑골공원 검사소의 경우 타액 검사와 함께 ‘신속 항원 검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검사소 관계자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30~40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릴 장소가 마땅치 않아 신속 항원 검사는 포기했다”고 밝혔다.
중구 약수주민센터 앞에 설치된 임시 선별 검사소도 마찬가지로 신종 검사 방식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민센터 주변에는 수많은 카페가 보였지만 입구에는 ‘포장만 가능하다’는 문구가 붙어 있어 사실상 대기할 수 있는 장소는 없었다.
기습 한파는 검사를 받으러 오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묶어버렸다. 약수 검사소의 경우 취재진이 방문한 30분 동안 아무런 시민도 찾지 않은 채 검사소 직원들만 추위에 떨고 있었다. 검사소 관계자는 “오전 동안 20여 명이 검사를 받기는 했다”면서도 “추위가 이어져서 그런지 오늘은 찾는 시민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추위를 탓하며 발걸음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종로 탑골공원 임시 선별 검사소에서는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파견된 민간 임상병리사가 “야외에서 하는지 몰랐다”며 업무를 거부하고 돌아갔다. 군의관마저 자가 격리 대상자가 돼 해당 검사소는 본래 계획된 인원보다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검사소 관계자는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충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4일부터 15일 오후 6시까지 전국 임시 선별 검사소에서 약 1만 8,600건의 검사가 시행됐다. 이 중 PCR 검사는 1만 6,641건, 타액 PCR 검사는 1,228건, 신속 항원 검사는 733건이 이뤄졌다.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임시 선별 검사소도 있었다. 용산역 공원에 설치된 임시 선별 검사소는 일회용 위생 장갑을 검사소 출구에 배치해두고 있었다. 일반 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을 시 손 소독과 일회용 위생 장갑을 착용하라고 안내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위생 장갑을 입구에 배치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검사소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고만 답할 뿐 장갑의 위치를 바꾸지 않았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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