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건 발생 32년 만이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7일 이 사건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행위로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며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중학생) 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다. 이듬해 윤씨는 범인으로 검거됐다.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후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19년 6개월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윤씨에 대한 무죄 선고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8차 사건을 포함해 30년 넘게 미제로 남아있던 화성·수원·청주 일대의 살인사건 14건을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경찰의 재수사 과정에서도 이춘재가 진범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도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윤씨에게 무죄를 구형하고 사과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윤씨는 무죄가 확정될 전망이다.
이번 재판에서는 윤씨에 대한 당시 경찰의 불법체포 및 감금, 폭행·가혹행위, 유죄 증거로 쓰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 조작 등도 드러났다. 경찰청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20년간의 옥살이를 겪게 해 큰 상처를 드린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무죄가 확정되면서 윤씨는 형사보상금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형사보상금은 선고가 나온 그해 최저 임금의 5배 안에서 이뤄진다. 하루 8시간씩 올해 최저임금(8,590원)의 5배를 적용할 경우 대략 17억 6,0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윤씨는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