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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폭로 ‘판사 불법사찰’, 징계위 판단보니…윤석열측 "독단적 추측"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권력기관 개혁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판사 불법사찰’으로 단정하며 세상에 폭로한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구체적인 판단이 나왔다. 지난 17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검사징계위원회 심의·의결 요지’를 통해서다.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한 이 문건은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 네 가지에 포함됐다. 윤 총장이 지난 2월 수사정보정책관실에 해당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 성상욱 당시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이 윤 총장의 지시를 받아 문건을 만들었다. 윤 총장은 해당 문건을 보고받은 뒤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대검 공공수사부에 공소유지 참고자료로 제공하도록 지시했다.

윤 총장의 징계 혐의 중 가장 휘발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해당 문건에 대한 징계위의 판단을 분석해봤다. 또 징계위 판단에 윤 총장이 그간 주장한 내용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살펴봤다. 추 장관이 해당 의혹을 폭로하며 내놓은 반응과 징계위의 판단도 비교해봤다. 또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진술서가 이 사유 징계양정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가늠해봤다.

“판사 문건 작성, 수사정보정책관실 업무 아냐”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징계위 심의·요지 문서에 따르면 징계위는 해당 문건의 작성과 배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 관리할 수 있는 정보는 ‘수사 정보’만 해당해 재판 관련 정보는 수집하지 않아야 했다는 것이다.

징계위는 문건의 내용에 법관의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봤다. 예컨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한 시위대 4명에 각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4년(19, 경찰관에 2~3주 상해 가한 사안, 검사 실형 구형)’라는 부분은 ‘전교조 판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봤다. 또 ‘대학 시절 시위참가 전력으로 군무원 채용시험 최종합격 취소된 원고가 공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소송 원고승소판결(14)’라는 부분은 ‘학생운동 지지 좌익 판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적합하다고 봤다.

“물의야기법관, 사건 검사가 기록보고 제공한 듯”
징계위는 판사에 대한 모욕적이고 명예훼손적 내용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 예시는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15, 휴일 당직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언론에서 보도) ▲다소 ‘보여주기식’진행을 원하여 검사에게 검사석이 아닌 법정 중앙 증인석으로 나와 일어서서 쟁점 PT를 진행하도록 함 등을 들었다.

이중 ‘물의야기법관’ 정보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위법하게 수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당직 전날 술을 마셨다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고, 징계위에서 재판부에 사실조회를 해보니 실제 재판기록에 그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징계위는 이를 근거로 “공판검사들이 재판기록에서 확보했거나 속칭 ‘사법농단’ 수사팀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정보를 그대로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제공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썼다.

징계위는 그 밖에 내용에 대해서도 “대체로 해당 정보를 제시하면 ‘일반인이 그 법관이 어떤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내용’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징계위는 문건의 이러한 내용을 볼 때 “해당 재판부에게 불리한 여론구조(프레임)를 형성하면서 재판부를 공격, 비방하거나 조롱하여 우스갯거리로 만들 때 활용할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작성, 배포되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악용 여지 농후한 법관 개인정보 수집, 배포”
징계위는 윤 총장의 문건 작성 지시가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21, 제17조 2항과 검찰청 공무원행동강령 제13조3 제2호를 위반했다고 봤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관련해선 법관의 개인정보를 아무런 법령의 근거 없이 위법하게 수집하여 정보수집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제3자에게 제공한 것이라고 봤다. 검찰청 공무원행동강령 위반의 경우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지시를 하는 행위였다고 봤다.

징계위는 위와 같은 분석과 판단을 토대로 윤 총장의 문건 작성·배포 지시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대검의 수사정보 수집기능을 이용해 자신이 처리했거나 관심 있는 주요 정치적 사건의 재판부를 대상으로 “검찰의 뜻에 반하는 판결을 하는 법관에게 불리한 여론지형을 형성하고 해당 법관의 과거 판결이나 행적을 소재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퍼뜨려 공격, 비방하거나 조롱거리를 만드는 데 악용될 여지가 농후한 법관의 개인정보를 수집, 배포한 점”이 있다고 했다.

또 “이러한 행위는 일상적으로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야 하는 법관을 위축시키고, 그 결과 전체 법관 사회를 건강하지 못하게 할 우려가 있으며 좋은 판결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게 하는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점”도 징계 사유로 봤다. 이어 “어떤 경위에서든 법관의 정치적, 이념적 성향에 관한 개인정보를 수집, 배포하는 것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는 검찰총장이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도 했다.

담당검사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제공한적 없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린 15일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징계위의 이같은 판단은 윤 총장 측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먼저 업무 범위의 경우 윤 총장 측은 ‘공소유지를 위해 수집되는 정보도 수사정보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대검예규 ‘수사정보수집분석에 관한 지침’이 뒷받침된다고 주장했다. 징계위는 해당 예규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징계위가 물의야기법관 정보를 수사 또는 공판 검사가 기록에서 본 내용을 전달했을 거라고 서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관련 검사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서 문건을 작성한 성 담당관은 검찰 내부망에 쓴 글에서 “2019년에 이미 피고인의 변호인이 그 사실을 재판부에 문제 제기하며 ‘배석 판사가 물의야기법관 문건에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고, 따라서 공판팀이 이미 아는 내용을 리마인드 차원에서 기재한 것”라고 밝힌 바 있다.

사법농단 수사를 하다 공소 유지까지 맡고 있는 단성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1팀장(부장검사)도 검찰 내부망에 “저를 비롯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공소 유지를 맡은 검사들은 이 자료(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물론 다른 어떤 부서에도 제공한 적 없다”며 “문제된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저희 자료가 활용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총장 “대검 간부 참고용 문건…참고 후 폐기”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10일 오전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징계위는 문건 작성의 의도·목적에 대해서도 윤 총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측은 “재판중심주의 강화에 따라 주요 공판사건을 지휘하는 대검 간부들이 일선청과 소통함에 있어 참고로 알아둘 사항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대검 내부 참고용 문건”이라며 “대상 판사들에게 어떠한 불이익을 줄 의도로 작성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변한 바 있다.

윤 총장 측은 해당 문건이 지난 2월 인사 시기에 1회적으로 작성된 것이고 그 후 다시 자료를 보강하거나 지속적으로 관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었다. 또 해당 부서들이 참고로 본 후에 폐기될 문건이었으며 외부로 공개될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문건을 받은 공공수사부는 폐기한 것으로 안다고도 덧붙였다.

이같은 윤 총장 측 주장은 징계위가 해당 문건의 내용을 보고 “재판부를 공격, 비방하거나 조롱하여 우스갯거리로 만들 때 활용할 목적과 의도”로 판단한 것과는 배치된다. 징계위는 실제로 해당 문건이 그런 방식으로 활용되었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사례나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하면서 “검찰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공격당하기도 하는 등 악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요지서에도 이 내용이 적시됐으나 검찰이 이런 정보를 제공한 것이 확인됐다고는 언급하진 않았다.

이완규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이 문건과 관련 징계 사유의 부당성에 대해 “증거 없이 독단적인 추측으로 징계했다”고 지적했다.

추미애가 단언한 '사찰', 요지서엔 안 쓰여
징계위 요지 문서에 ‘사찰’이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지난달 24일 추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명령 사실을 밝히면서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책임이 있다”고 단언했다.

또 법무부가 한 언론보도와 관련해 낸 설명문에서는 “법적 권한 없는 기관이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 분석, 관리하는 것이 사찰”이라며 “그 사찰의 방법은 언론 검색, 검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탐문 등이 모두 포함된다”며 판사 문건이 불법사찰로 작성된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후 일선 검사들의 윤 총장 징계 처분 항의 성명이 이어지자 추 장관은 입장문을 내어 “이미 역사 속에 사라진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정보기관의 불법사찰과 아무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워, 감찰결과를 보고받고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며 “특정 수사 목적을 위해서는 검찰은 판사 사찰을 포함해 그 무엇도 할 수 있다는 무서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법무부가 낸 설명문의 사찰 규정은 징계위가 요지서에 서술한 “법관의 개인정보를 아무런 법령의 근거 없이 위법하게 수집했다”는 문구와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징계위는 사찰이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서술하진 않았다. 또 징계양정을 인정한 이유에 대한 서술도 추 장관의 반응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문건 제보 의혹’ 심재철 진술서, 징계양정에 쓰였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연합뉴스


심 국장이 징계위에 제출한 진술서가 징계양정에 반영되었는지 여부도 관심이다. 징계위는 첫 회의에서 심 국장을 직권으로 증인 채택했다가 두번째 회의가 열린 날 심 국장이 진술서를 냈다는 이유로 돌연 철회한 바 있다.

윤 총장 측에 따르면 심 국장은 진술서에 “윤석열을 중심으로 한 특수통들이 이런 식으로 재판부 정보를 모아서 언론하고 결탁해서 뒤통수 치고 재판부에 압력을 넣으면서 자기들 의사를 관철시키는 그런 집단이다”라는 취지의 내용을 썼다.

심 국장의 이러한 시각은 징계위가 제시한 문건의 목적과 의도와 유사하다. 본지는 심 국장에게 ‘윤 총장이나 측근들이 언론과 결탁해 뒤통수 치거나 재판부에 압력을 넣은 다른 어떤 사례들을 확인하였는지’ 질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윤 총장 측은 심 국장의 진술서가 징계양정에 반영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진술서에 담긴 주장에 대해 반론 기회를 갖기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두번째 회의가 열린 날 심 국장의 진술서를 접했고 심 국장의 주장을 반박, 탄핵하기 위해 기일을 추가로 잡아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 국장은 윤 총장에 대한 감찰·징계 과정에서 이 문건을 제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심 국장은 공식적으로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심 국장이 문건에 대해 밝힌 사실이 윤 총장 측에 의해 반박 당하기도 했다. 심 국장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일선 공판 검사에게도 배포하라는 총장의 지시도 있었다는 전달을 받고 일선 공판검사에 사찰문건을 배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윤 총장 측은 일선 공판 검사에게 배포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문건을 징계 사유로 삼는 것이 적절했는지, 이 문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는 향후 윤 총장의 징계 처분 불복 행정소송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소송에서는 심 국장이 해당 문건의 제보자가 맞는지, 제보를 한 경위는 어떻게 되는지, 심 국장의 진술서 내용이 사실과 부합한지, 심 국장의 진술서가 징계양정에 반영됐는지, 그렇다면 윤 총장 측이 반대 심문 기회를 갖지 못한 데에 문제는 없는지 등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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