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든 상급종합병원에 허가병상의 1%를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확보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림에 따라 병원마다 중환자 의료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제 첫발을 내디디려는 종합병원급 거점전담병원은 더욱 그렇다.
상급종합병원이 최중증 코로나19 환자 10병상를 운영하려면 60명(환자 1명당 6명)의 경력 중환자간호사가 필요하다. 중증·중등증 환자를 치료하는 종합병원급 거점전담병원 등은 간호사 60명 중 15~20명만 경력 중환자간호사로 충원하면 되는데 이보다 의료진 자격요건이 훨씬 까다롭다. 그만큼 의료 서비스의 질이 높지만 비(非)코로나19 중환자에 비해 3~4배 많은 경력 중환자간호사가 필요하다. 의료진이 각종 보호장구로 중무장해야 하고 최중증 환자는 인공심폐기(ECMO)나 지속적 신대체요법(CRRT·급성 콩팥기능상실 환자 등의 혈액을 24시간 연속 체외에서 노폐물·수분 제거, 전해질 균형 보정)을 시행할 수 있는 전문 의료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동형 음압설비도 갖춰야 하므로 병실도 더 넓어야 한다.
허가 병상이 1,000개인 상급종합병원은 보통 5%(50개) 수준의 중환자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허가 병상의 1%인 10개를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확보하려면 20개 안팎의 비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개조하거나 40여개의 비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운영중단해야 한다. 이로 인해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환자가 아니면 며칠~2개월까지 수술이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된다. 경력 중환자간호사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보에 적극적인 상급종합병원도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42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순천향대 부천병원, 충북대병원은 정부가 명령한 ‘허가 병상의 1%에 해당하는 숫자의 코로나19 중환자병상 확보’보다 강한 요건을 부여하는 거점전담병원(허가 병상의 5~10%)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 늘어나는 상급종합 거점전담병원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허가 병상의 2~4% 수준이 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의 경우 별관 3층의 80병상(중환자 20, 일반 60)을 코로나19 환자용 20병상(중증 9, 중등증 11)으로 전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며 이달말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신 본관에 비코로나 중환자 병상 12개를 늘려 순감분을 8개로 줄였다.
상급종합병원들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충에 비상이 걸리면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을 지원한 평택 박애병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남양주 현대병원 등 종합병원(전체 병상 또는 3분의1 이상을 전환), 코로나19 환자 병상을 늘리고 있는 지방의료원 등은 중환자의학 전문의와 경력 중환자간호사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이에따라 현실적으로는 중증도가 3·4단계(저유량 산소를 콧줄·마스크로 공급)인 중등증 환자와 중증 환자 가운데 5단계(비침습적 인공호흡기나 고유량 산소요법) 위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중증은 중증도 5단계와 6단계(기도삽관을 하는 침습적 인공호흡기 치료), 7단계 최중증(콩팥·폐 등 2개 이상의 장기손상, ECMO나 CRRT 치료) 환자를 말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