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국토교통부 수장인 변창흠 장관이 29일 취임사에서 “내년 설 명절 전에 도심 내 질 좋은 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지하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의 고밀 개발을 위한 규제 완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변 장관은 전제 조건으로 공공 참여와 개발이익 환수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공급 방안도 크게 새로운 것은 없고, 개발이익 환수 및 임대 시장 규제 강화 등 현 정부의 규제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김현미 전 장관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변창흠표’ 공급안 속도 내나=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주택 소유를 위한 공급에서부터 서민·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임대주택은 물론 질 좋은 중산층용 임대주택에 이르기까지 확실하게 공급 대책을 세워달라”며 “정책 내용을 잘 설명함으로써 가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변 장관은 이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3기 신도시와 서울권 주택 공급 등 기존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도 도심 내 부담 가능하고 살고 싶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의 지적을 고려한 듯 설 명절 전에 구체적인 공급 방안을 내놓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환매 조건부, 토지 임대부, 지분 공유형 주택 등 시세 차익을 공공과 주택 소유자가 공유하는 형태의 공공 자가 주택도 대폭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변 장관은 이를 3기 신도시 후보지와 서울 태릉 CC, 용산 캠프킴 등 ‘8·4 공급 대책’에서 발표한 지역에 우선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 공급할 주택은 공공 분양과 공공 임대, 민간 분양과 민간 임대, 공공 자가 주택이 다양하게 공급돼 주택 시장의 생태계를 풍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하는데 결국 규제는 그대로=변 장관은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 요구하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규제 완화로 발생한 개발이익 역시 공공이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비 사업 또한 공공이 주도하는 ‘공공 디벨로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 장관은 “도시계획과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 디벨로퍼가 주민, 민간 주체들과 협력해 개발하는 사업 모델을 적용하면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며 “과도한 투기 수요는 차단하고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공급 물량이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우선 공급 방안 자체에 허점이 많아 시장 안정을 가져오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내 준공업지역이 많다고 해도 토지는 대다수 민간에서 보유한 만큼 개발이익 환수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도시계획 규제 완화 등 시장에서 요구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를 중앙정부가 강제하기 어려워 상당한 진통이 예상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규제지역 확대와 임대차 규제 강화 등 기존 수요 억제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는 이와 관련해 “변 장관은 현 정부의 부동산 철학에 맞춰 개발이익 환수와 공공 기여도를 강조하고 있다”며 “민간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실제 공급량은 정부의 생각만큼 나오지 않을 것이며,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해 ‘김현미 시즌 2’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강동효·윤홍우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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