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서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생계형 사범 등 3,02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정치 사범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제주 해군기지·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반대로 형을 선고받은 사회 갈등 사범 26명도 포함됐다.
법무부 등 관계 부처는 31일 자로 일반 형사범, 특별 배려 수형자, 사회적 갈등 사범 등 3,024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진행한다고 29일 발표했다. 대상자들은 일반 형사범이 2,920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소기업인·소상공인(52명), 특별 배려 수형자(25명), 사회 갈등 사건 관련자(26명), 국방부 관할 일반 형사범(1명)으로 구성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까지 총 네 차례의 사면권을 행사했다.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6,444명에 이어 지난해 2월 4,378명과 같은 해 12월 5,174명에 대한 사면이 이뤄졌다.
특별사면 대상에 정치인이 포함됐는지에 대해 관심이 컸지만 명단에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 특히 한 전 총리나 이석기 옛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해서는 복권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포함되지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민생 및 경제활동, 서민층 배려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선정했다”며 “민생 사면 취지를 고려해 정치인 및 선거 사범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자리에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도 “(정치인이나 선거사범은) 사면심사위원회 안건에도 오르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정부의 신년 특별사면에서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 정계 인사들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선거사범은 없었지만 사회 갈등 사범은 다수 특별사면에 포함됐다. 정부에 따르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설치에 반대해 집회 시위를 한 18명과 성주 사드 배치 당시 반대 시위로 형을 선고받은 8명이 포함됐다. 사회 갈등 사범은 정부가 앞서 선정한 ‘7대 사회적 사건’에 관련돼 형을 살고 있는 사람들로 지난해 특별사면에서도 18명이 사면됐다. 7대 사회적 사건은 올해 포함된 두 사건과 함께 광우병 촛불 집회,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세월호 관련 집회, 쌍용차 점거 파업,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를 일컫는다. 심 국장은 “재판이 확정된 사안에 대해 이전 경우와 형평성 차원 등을 고려해 사면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경제 충격을 고려해 중소기업인·소상공인이 포함된 것도 이번 사면의 특징이다. 정부에 따르면 사면 대상에는 총 52명의 중소기업인·소상공인이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 관련 사범을 특별사면에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대기업 총수나 경영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일시적 자금난 또는 채무 누적 등으로 처벌받은 중소기업인이나 소상공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사면했다”며 “사면 받은 이들이 재기해 민생 경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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