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흔히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문다는 표현을 쓰고는 한다. 하지만 2020년은 다사다난이라는 표현보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회 전체를 흔들었던 ‘일사다난’ 했던 해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30일 0시 현재 879명에 달했고, 확진자 수도 6만명에 근접했다. 경제적으로는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늘어나고 청년들은 구직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기업들은 내수의 실종으로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가정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행히 백신이 개발돼 미국·영국 등 국가에서 접종이 시작됐고 우리나라도 내년 초에는 접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이고 코로나19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코로나19 상황을 대처해나가야 할까. CNN 진행자인 퍼리드 저카리아가 그의 저서인 ‘팬데믹 이후 세계를 향한 10개의 교훈(Ten Lessons for a Post-Pandemic World)’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행 중인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에 대한 신뢰와 이에 기초한 정책의 수립과 집행일 것이다. 정치인·관료의 정무적·행정적인 판단이 아니라 방역 전문가의 정확한 상황 진단과 분석에 기초한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또 이러한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
우리 국민은 국가가 어려울 때마다 놀라운 단결의 힘을 보여왔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국민 모두의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할 때다. 코로나19가 정치적 진영 논리에 이용되지 않도록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방역은 정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코로나19와 더불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초래된 빈부 격차의 심화와 중산층 및 서민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당분간 공공 서비스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불가피하고 이를 장기적인 사회 안정을 위한 투자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념해야 할 사실은 정부의 역할 증대가 큰 정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시장 조성자 역할의 확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 해라도 연말이 되면 희망찬 새해라는 표현을 쓰며 신년에 대한 기대를 품고는 했지만 올해는 그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새해 우리 모두의 결집된 노력을 통해 코로나19를 종식하고 코로나19로 초래된 경제·사회적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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