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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쏙야쏙]'나다르크'에서 '엄마'로 돌아온 '나경원'…큰 그림은 통할까

■송종호의 여쏙야쏙<12>

링 오를 채비 나선 나경원…결심 임박

독기 가득한 정치권에 '엄마'로 복귀

자녀 의혹 논란 털고·호감도 상승 주력

'집토끼'파고들고 '산토끼'잡고…승부수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방송 캡쳐




지난 6일 오후 정치부 기자들이 한 순간 술렁였습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는 소식 탓이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 기자들도 랜선 업무가 한창이다 보니 메신저상에서 “결국 가세연이냐” “출마선언 할 곳이 없어 논란만 일으키는 가세연에 출연하나” 등 부정적인 기류가 역력했습니다. 이후 가세연이 ‘[단독]나경원 서울시장 출마선언’으로 제목장사를 했을 뿐 나 전 의원이 실제 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전해지며 헤프닝으로 일단락 됐지만 이날 방송 출연은 나 전 의원의 최근 행보와 비교해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혀서입니다. 실제 나 전 의원이 차분히 하나씩 풀어내는 메시지의 행간을 읽다 보면 그 행보가 단순하지 않습니다.

군입대로 짧게 머리 깎은 아들과 포옹하는 '엄마'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소리를 듣지 않게 해달라” 2019년 3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서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나 전 의원은 이때부터 ‘나다르크’라는 별칭을 얻습니다. 보수진영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관련기사-[뒷북정치]나경원, 연타석 홈런?..‘역사전쟁’잔다르크 되나) 그랬던 그가 21대 총선 낙선 후 잠행하다 지난해 1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머리를 짧게 깎은 아들과 포옹하는 사진을 올리고 “오늘 아침 제 아들은 논산 육군훈련소로 떠났다”고 했습니다. 그는 “엄마 된 사람으로서 당연히 훈련소 앞까지 바래다주고 싶었지만, 저는 지금 패스트트랙 재판으로 서울남부지법으로 향하는 중”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본격적인 정치 재개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나다르크’가 아닌 ‘엄마’로 시작한 겁니다. 나 전 의원은 서울대병원에서 발급받은 소견서도 함께 올렸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군 입대 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깎은 아들과 포옹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아울러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1997년 아들을 출산했다는 내용의 의사 소견서도 함께 공개했다. /사진제공=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소견서에는 1997년 12월 11일 유도분만을 위해 입원했고, 다음날 유도분만을 시행해 3.95kg의 남아를 출산하고 14일 퇴원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아들 군 입대 날에 맞춰 일각에서 제기된 아들 ‘원정 출산’ 의혹을 적극적으로 반박한 겁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인 아들의 군대 문제는 늘 상대진영의 공격 포인트가 되곤 하는데 이를 원천 차단해 버리는 시도입니다. 원정 출산 논란을 이렇게 넘기며 ‘엄마’로 정치 복귀를 신고한 나 전 의원의 발걸음이 이때부터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장·전당대회·대선까지…폭넓게 열어놓고 보고있다"
SNS에 아들 군입대 사진을 올린 뒤 일주일 만인 12월27일엔 나 전 의원과 자녀를 겨냥한 고발 사건 13건이 모두 불기소 처분됩니다. 나 전 의원은 “진실의 승리”라고 평가했고, 다음 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상식이 바로 잡히는 대한민국, 헌법이 바로 설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서울시장 선거, 우리 당의 전당대회, 또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여러 가지 정치 일정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폭넓게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제가 직접 나서는 것도 있을 것이고, 또 돕는 것도 있을 것”이라며 대선 출마 가능성까지 열어둡니다. 29일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선거는 단순히 시장 자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번에 이겨야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있다. 중요한 선거인 만큼 더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떻습니까.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의지가 읽히시나요. 실제 나 전 의원은 새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내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1위를 기록하는 등 당내 경선 승리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태입니다.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한 나경원 전 의원과 가족 /TV조선 방송 캡처


결정타는 예능 출연입니다. 가세연 실시간 방송에 출연한 이날 나 전 의원이 출연한 TV조선 ‘아내의 맛’도 방송이 됐습니다. 딸 유나 씨가 등장과 동시에 그룹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에 맞춰 화려한 드럼 솜씨를 보여줬고, 이에 대해 나 전 의원은 “드럼을 전공했다. 현재 음악앙상블 소속이다. 연주 중인 전자드럼은 소리가 아예 안 나게 할 수 있다. 집에 방음 설치도 돼 있다.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드럼을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즐거워 보이지만 연주할 땐 굉장히 스트레스 받아한다. 연주를 앞두고 잠도 못 잔다.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약 12년간 했는데 드럼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나 씨와 관련해 나 전 의원은 수년 간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과 입시비리 의혹을 받았지만 최근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함께 이날 방송으로 그간의 논란을 털어버린 셈이 됐습니다. 방송 녹화 직전 입대를 앞둔 아들 현조 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입대세트’를 주문해 받으며 나 전 의원은 남편 김재호 판사의 군 입대 시절 이야기도 전합니다. 나 전 의원은 딸에게 “아빠 군대 갈 때 엄마가 쫓아갔다”고 말한 뒤 남편을 향해 “방위 입대한 곳이 어디야”라고 질문을 합니다. ‘원정 출산’논란까지도 유머로 넘기는 여유까지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자녀 의혹을 ‘예능’으로 정면 돌파해버리고 ‘엄마’ 나경원으로 돌아온 겁니다.

'아내의 맛'출연…일상 공개
나 전 의원은 ‘나다르크’라는 별칭만큼 20대 국회 시절 장외 투쟁을 주도하면서 지지층의 호감과 함께 중도층의 ‘비호감도’ 역시 커진 정치인이었습니다. 전국적 인지도는 높지만, ‘비호감도’가 만만찮다는 점에서 외연 확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랬던 나 전 의원이 ‘엄마’로 돌아왔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4월 보궐선거에 나선 야당 정치인들의 최근 발언은 무척 날이 서 있습니다. ‘정권 심판’을 강조하는 만큼 발언 하나하나 ‘독’이 서려 있는 걸 느낍니다. 위로받고 싶은 시민들에게 ‘독’한 발언보다 ‘따뜻한 엄마의 정치’는 전략적으로 보면 꽤 승산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날 뜻밖에 가세연에 출연을 한 겁니다. 더구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았습니다. “서울시장 출마하시는 거죠”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저요?”라고 반문한 뒤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패널들이 “저희가 등 떠밀 테니 나가세요”라고 하자 나 전 의원은 그저 웃기만 했습니다. 웃기만 했는데 이날 가세연 조회수 17만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제 눈치 채셨습니까. 논란과 의혹을 털어내며 예능까지 출연해 호감도를 높여 ‘산토끼’를 잡고 논란 많은 강성 보수 유튜브에서 웃음으로 ‘집토끼’를 잡는 나 전 의원의 전략. 그는 1년 임기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할까요. 오는 4월 김종인 비대위 임기가 끝난 뒤 열릴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에 도전하게 될까요. 아니면 그 이상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산토끼’ ‘집토끼’ 다 잡으려는 나 전 의원의 전략은 통할까요. 최종 결심은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해집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여쏙야쏙’은 여당과 야당 ‘속’ 사정을 ‘쏙쏙’ 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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