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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혐오를 넘어 참여로…시민 '선거 심판자'나서야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다]

巨與폭주…野속수무책에 좌절·실망·무관심 커지지만

정치권 ‘갈등 흡수·해결’엔 모르쇠…‘무관심’ 부채질

총선 1년도 안돼 국민 10명 중 4명이 "지지정당 없다"

투표로 변하지 않는 현실 실망보다 ‘적극성’ 높여야

극단적인 진영 논리와 여야 간 충돌이 일상화하면서 정치 혐오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욱이 시민들은 거여(巨與)의 입법 폭주에 속수무책인 야당의 한계를 목격한 뒤 정치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투표해도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혐오에서 무관심으로 확장되는 상황이다. 한 직장인은 “친구들끼리 모이면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아야지 다짐하다가도 결국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씁쓸한 뒤끝을 남기고 헤어진다”며 “그럴 때마다 다시는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꾸로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 정책이 시민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대화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그럴듯한 정책이 시행됐지만 역으로 일자리가 줄면서 하루하루의 먹거리가 걱정되는 사람들이 늘었다. 가진 자를 손본다는 명분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증세안은 거꾸로 중저가 아파트 값을 급등시켜 서민의 주거난이 가중됐다. 세입자를 위한다는 임대차 3법 역시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서민들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만들었다. 모두 ‘정치화·이념화된 정부 정책’의 후유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넘어 ‘나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선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올해는 선거의 해다.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가을부터 여야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진행된다. ‘주권재민’을 보여줄 수 있는 해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시민들이 양 극단의 대결 정치에 동원되기보다 정치 주체로서 판단하고 심판자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4월 총선 1년 만에 정치 혐오와 무관심이 극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현상”이라며 “쉬운 ‘투표’ 행위로 바뀌지 않는 현실에 실망하기보다 선거 이후에도 ‘적극적인 참여’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정당한 한 표 행사가 정부와 극단의 정치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이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편 가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시민 ‘투표 참여’가 '희망
'
유권자의 정치 무관심을 부채질한 것은 정치권이었다. ‘편 가르기’로 일관하며 ‘거리의 참여’를 정권 획득과 유지에 동원하려고만 했지 갈등과 불만족을 해소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집권 세력은 야당과 비판 세력을 정치적 경쟁자로 여기지 않고 척결 대상으로 삼았다. ‘조국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편 가르기는 지지층의 결집력을 높이는 데 유용했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교육 문제 등 사회 전반에 적용됐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도 지지층에서는 ‘투기꾼’을 척결하는 방편으로 인식됐다. 조국 자녀의 대학 수시 전형 문제가 발생하자 하루아침에 정시 전형을 확대했고 이를 지지층은 공교육 강화라며 옹호했다. 야당의 태도도 비슷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태극기 부대’의 불만을 정당에서 흡수해 집권당을 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함께 거리로 나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사회 갈등 해결을 양극단의 정치가 방해했다”며 “여야 각각의 지지층마저 정당을 통한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하자 정치 무관심층으로 전환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구시 수성구 일대에서 시민들이 지난해 치러진 4·15총선을 하루 앞두고 총선 후보들의 유세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효능감 급감…정치무관심 확대=여론조사 회사 디오피니언이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새해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에 ‘없다’는 답이 44.4%에 달하는 등 총선 1년 만에 정치 무관심층은 국민의 절반에 가깝게 늘어났다. 사실 민주화 이후 급격하게 하락했던 투표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이후 반등했다. 지난해 치러진 21대 총선 투표율은 66.2%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투표율 증가는 청장년층의 투표참여에 따른 것이라는 것도 학계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이들 청장년층의 경우 서구와 같은 선거운동, 정당활동 등 적극적인 정치참여는 소극적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 한국종합사회조사에 따르면 총선 투표 참여율은 연령이 높을 수록 증가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정치참여는 청장년 이후부터 감소한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비교정치 관점에서 한국은 높은 내적 효능감과 낮은 외적 효능감이 결합된 ‘참여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정치적 의식과 역량이 뛰어나다고 여기며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내적 효능감’은 높은데, 이를 정부와 정당, 사회시스템이 수용하지 못한다고 보는 ‘외적 효능감’이 낮아 단발성 항의와 시위가 폭발적으로 일어난다는 분석이다. 즉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제도 내에서 해소가 안되는 불만족을 거리에서 해결하려고 시도한 데 이어 분출된 에너지를 정당이 흡수하지 못하자 다시 정치혐오와 무관심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숫자에 함몰된 ‘승자 독식’ 부작용=19대 대선 이후 투표율 상승조차 정치 효능감 반감의 결과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신 교수는 “촛불 이후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져 투표율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있지만 과거와 달리 임시 공휴일에 사전투표제도가 처음 대선에 적용되고 투표 시간이 8시까지 연장됐음에도 18대 대선보다 1.4%포인트밖에 상승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6·10항쟁 이후 정치적 효능감이 투표와 직결되는 사례로 꼽히는 13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89.2로 90%에 육박했다.

‘승자 독식’ 선거제도와 함께 지난 총선 출연한 기형적인 위성 정당도 정치 효능감을 떨어트렸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야당 지지자는 투표를 했지만 거대 여당의 탄생을 지켜봐야 했고 여당 지지자 역시 선거 이후 지지 이유와 다른 여당의 행보에 정치 무관심층이 확대됐다”며 “정치 효능감이 높은 유권자는 ‘친문 열성 지지자’ 외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축제의 장’ 선거 이후…투표 ‘참여’가 희망=이처럼 총선을 치른 지 1년도 안 됐지만 기성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심해지고 있다. 이런 형편에 또다시 올해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시작된다. 오는 9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예정된 가운데 11월에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진다. 결국 4월까지 ‘보선 정국’, 하반기에는 ‘경선 정국’, 12월 이후에는 ‘대선 정국’으로 정치 스케줄이 모두 선거로 꽉 채워져 있다. 빼곡한 정치 일정을 놔두고 정치 무관심층으로 남을 경우 ‘그들만의 리그’는 더욱 공고화될 수밖에 없다.

김민전 교수는 “국정 운영이 더 민주적이고 민의에 귀를 기울여야 했지만 반대로 갔고, 국회에 입법독주까지 일어나면서 정치효능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정치권에 대한 견제는 투표와 적극적인 정치참여에 있다”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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