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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학대 신고에도…홀트·경찰·보호기관 다 방치했다

입양기관·아동보호기관·경찰 모두 양부모 말만 믿고 외면 '지적'

"너무 힘들어 마시라" 양부모 위로하기도…전문성 부재 드러나

6일 오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지에 사진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정인이 사건'과 관련 양부모의 학대 신고에도 아동의 안전을 확인해야 할 입양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이 양부모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사태를 방치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7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입수한 입양기관 홀트아동복지회 기록에 따르면 이들 세 기관은 모두 '아이는 괜찮다'는 정인이 양부모의 해명에만 의존해 학대 정황을 외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정인이의 친양자 입양 신고날(2020년 2월 3일)부터 사망(2020년 10월 13일)까지 홀트의 상담기록을 보면 홀트 측이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소식을 듣고 2차 가정방문을 한 지난해 5월 26일 이미 아동학대 징후가 있었다. 아이 몸 곳곳에 손으로 긁은 듯한 상처가 보였고 멍자국이 있었지만, 홀트는 '아토피와 건선 등으로 몸을 많이 긁는다', '걸음마를 시작해 자주 넘어져 몸에 상처가 자주 난다'는 양부모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정인이의 쇄골뼈에 실금이 가고 곳곳에 멍이 든 상황에서 7월 2일 가정방문 날에도 홀트 측은 '아이가 자꾸 엎드려 자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부딪히는 경향이 있다'는 양모의 해명에 "안전한 환경이 마련되도록 범퍼 침대 등을 알아보라"고 했다.



1차 신고를 받고 조사에 나선 경찰은 오히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양부모를 위로했다는 내용이 홀트의 양부모 상담기록에 나와 있다. 홀트가 5월 28일 양모와의 통화에서 경찰과 조사한 내용을 묻자 양모는 '경찰관 3명이 가정 방문해 아동과의 상호작용을 확인하고,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라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갔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 경찰은 6월 10일 홀트 측에 내사 종결 결정을 통보하면서 '아동을 양육하다 보면 부모가 일일이 멍 등을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한다'고 밝혔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다르지 않았다. 6월 26일 어린이집을 방문한 다음 날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는 홀트 측과의 통화에서 "정인이 쇄골 주위에 실금이 생겼다는 사실을 들었지만, 양부와 통화 후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등원한 정인이가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고 체중이 1㎏ 정도 줄어든 것을 본 어린이집 교사들이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갔을 때 상태를 확인한 소아과 원장의 신고는 정인이를 살릴 마지막 기회였다.

이에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팀이 분리 조치를 위해 9월 23일 방문 조사에 나섰지만, 결국 양모가 자주 방문하던 병원에서 구내염 진료를 받고 오는 데 그쳤다. 그로부터 20일 뒤 정인이는 결국 숨졌다.

정인이가 마지막으로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 실려 왔을 때에는 뇌와 복부에 큰 상처가 있었다. 이를 본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그제야 경찰은 '입양아동이 학대로 입원 중'이라고 홀트 측에 밝혔다. 정인이는 당일 오후 6시 40분께 숨졌다. 신 의원은 "아동학대 문제에 대응하는 기관들의 전문성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다"면서 정인이의 상태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이 없는 상태에서 가해자인 부모의 입장만을 받아들이고 아동보호조치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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