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 수천 명의 중국인에게 반정부 메시지를 담은 뉴스레터가 발송됐다. ‘VIP 레퍼런스’라는 제목의 레터는 반체제 인사인 왕유차이가 해외에 구축된 웹사이트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보낸 것이었다. 그는 인터넷을 활용해 공산당에 반대하는 ‘중국민주당’ 창당을 시도했지만 강제 해체되는 탄압을 받았다. 체제 안정에 위협을 느낀 중국 정부는 인터넷 통제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이를 빗대 “중국에 거대한 만리방화벽이 세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만리방화벽은 만리장성(Great Wall)과 컴퓨터 방화벽(Firewall)의 합성어로 중국의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을 일컫는다. 1998년 ‘황금 방패’ 프로젝트로 추진돼 2003년 도입되면서 인터넷프로토콜(IP) 차단, 패킷 필터링, 접속 재설정 등 다양한 기법이 총동원됐다. 이 시스템은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 수많은 감시 서버를 설치하고 사용자들의 댓글 및 채팅 내용까지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체제 안정에 위협적인 해외 인터넷 서비스가 국내 연결망에 접속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현재 온라인 세계를 규제하고 감시하는 기관이 60곳을 넘는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 사이버공간 전담 부서를 창설해 직접 보고받을 정도로 체제 단속에 나서고 있다. 구글·유튜브 등 유명 사이트는 아예 접속이 불가능하고 네이버나 다음도 수시로 전면 차단되는 사태를 겪고 있다.
2014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만리방화벽을 허물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던 중국인 기자가 최근 18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당국에 밉보인 장자룽은 뒤늦게 2019년 8월부터 ‘공중 소란’ 혐의로 구금된 상태였다. 최근에는 금융 정책을 비판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도 당국의 타깃으로 떠올랐다. 중국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권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우리도 대북전단살포금지법 통과로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는 사실을 되새길 때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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