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공식 출범한다.
공수처 설립준비단 관계자는 "오늘 오후 김진욱(사진) 초대 공수처장의 취임식에 이어 현판 제막식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이날 3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김 처장은 수사처 규칙 공포, 차장 임명, 인사위원회 구성 등 공수처 가동을 위한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부여받은 권력형 비리 전담 기구로, 자의적인 수사·기소권 행사로 비판받아온 검찰의 기소 독점 체제를 허무는 헌정사적 의미가 있다. 수사 대상은 3급 이상의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이다. 고위공직자는 전·현직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 공무원, 장·차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 등이다.
이 중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범죄에 대해서는 직접 재판에 넘겨 공소 유지를 하는 기소권도 가진다. 대상 범죄는 수뢰, 제삼자뇌물제공, 뇌물공여, 알선수재,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각종 부정부패다. 김진욱 후보자는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켜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막대한 권한을 가진 만큼,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도 크다. 공수처가 야권을 표적으로 삼거나 검찰·경찰의 수사 사건을 우선해서 넘겨받을 수 있는 이첩요구권을 남용해 여권에 불리한 수사를 덮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고 신뢰를 상실한 검찰의 잘못을 답습하면서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권에서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등 '검찰개혁 시즌2'는 이런 야권의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당장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반면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만 직접 수사할 수 있게 수사 범위가 축소됐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고 검찰청을 기소권과 영장청구권만 행사하는 '공소청'으로 바꾸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공수처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가지는 유일무이한 기관이 된다. 사실상 검찰 누려온 독점적 지위를 공수처가 꿰차는 셈이다. 여권 일각에서도 이러한 무소불위의 권력이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여권의 기대 속에 임명된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최재형 감사원장처럼 "현 정권의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는 취임 후 갖가지 우려들 속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운 정치권의 압박과 공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공수처 조직은 차관급인 공수처장과 차장 각 1명을 포함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된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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