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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美中 사이 결정의 순간이 오면

노희영 국제부 차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옳았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초대 국무 장관으로 지명된 토니 블링컨이 지난 19일(현지 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을 진행하는 방식에는 여러 면에서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그가 중국에 더 강경하게 접근한 것이 옳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정책을 뒤집는 이른바 ‘ABT(Anything But Trump)’에 나섰지만 중국 정책만큼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을 비롯한 미국 주요 부처 수장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책을 시사하며 연일 중국을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중국을 ‘적국’으로 규정했을 정도다.

우려스러운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대중국 공세에 한국 등 동맹국들의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면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기반으로 한 다자주의 부활과 동맹 복원을 천명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은 “국제적 파트너 및 동맹들과 함께 중국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있어 국방부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아시아 차르)에 임명된 커트 캠벨이 최근 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제시한 ‘민주주의 10개국(D10)’ 협의체와 쿼드(Quad) 확대에 한국이 동참하라는 압력이 가해질 수도 있다. 재닛 옐런 재무 장관 지명자가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대응 방안으로 제안한 차별화된 파트너십에도 함께하자고 할지 모른다.



중국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 장관 등 28명을 대상으로 중국 입국 금지와 사업 제한 등 제재 조치를 부과하며 응수에 나섰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북한 문제에 미국 못지않게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점을 이용해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와 가까워지는 것을 견제하려 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과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놓고 한국에 거센 압박을 가하던 2015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한국은 양측 눈치만 보며 시간을 끌다가 끝내 AIIB에도 가입하고 사드 배치도 결정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중국의 보복 조치로 경제성장률이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을 둘러싼 외교 환경은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다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만큼은 철저하고 치열하게 득실을 따져 국익을 실현하는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전략적 모호성’이나 ‘균형 외교’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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