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한 퓨전 일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욱일기(旭日旗)를 머리에 두른 캐릭터를 간판 및 광고 등에 내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업체는 특히 소셜미디어 등에서 이를 지적하는 한국인들의 메시지를 삭제하는 한편 오히려 욱일기가 군국주의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주장을 내놔 한국 교민과 유학생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7일 영국 교민사회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 교민 및 유학생 페이스북 커뮤니티인 '코모'(KOMO)에 일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스고이 재팬'(SugoiJpn)의 욱일기 사용을 지적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스고이 재팬'은 일본과 남미의 길거리 음식을 퓨전한 배달 및 포장 전문 식당이다.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베네수엘라 출신 부부가 2018년 런던에서 창업했으며, 일본인 헤드 셰프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런던 첼시와 사우스 윔블던, 풀럼 등에 영업점이 있다.
문제는 '스고이 재팬'의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계정, 점포 간판, 포장지 등 거의 모든 것에 사용하는 로고가 이마에 욱일기를 두른 캐릭터라는 점이다.
업체는 특히 이 캐릭터를 런던 지하철역 등에 합성한 이미지를 광고로도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이를 본 한국 교민과 유학생들은 '스고이 재팬'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등에 욱일기 사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일부는 풀럼 등에 있는 '스고이 재팬' 식당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막무가내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욱일기 문제를 지적하는 메시지나 댓글 등은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한편, 항의 전화를 받자마자 끊기도 했다.
한국인들의 항의가 지속되자 업체 측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욱일기'가 전범기가 아니며, 정치적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업체는 'Did you know facts' 해시태그와 함께 "욱일기(rising sun flag)는 일본에서 출산이나 명절 등 일상생활의 여러 곳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면서 "정치적 표현이 아니며, 군국주의의 상징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욱일 형상이 자국 전통 문양의 하나라는 그동안의 일본 정부 입장을 고스란히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스고이 재팬'은 지난해 소셜미디어에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를 지지하면서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모씨는 "인종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올리고는 정작 자신들은 군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쓰는 점을 보면서 한국분들이 더 많이 분노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국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만약 런던에 하켄크로이츠를 로고로 내건 독일 식당이 있다면 과연 사람들이 가만히 뒀을까"라며 "항의가 빗발쳤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교민사회는 오픈 토론방을 개설해 이 업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물론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주요 언론에도 이를 알리는 메일을 보내고 있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에도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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