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사상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에 시장은 실망한 분위기다.
27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7억 2,100만 달러(약 8,031억 원)의 순이익을 내 지난 2003년 창사 이후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2019년 8억 6,2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월가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테슬라의 연간 주당순이익은 2.24달러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2.45달러)에 다다르지 못했다. 지난해 차량 인도 대수는 49만 9,500대로 테슬라가 목표한 50만 대에 미달했다. 지난해 4분기(2020년 10월~12월) 영업 이익률도 5.4%를 기록해 직전 분기의 9.2%에서 크게 떨어졌다.
언론의 평가도 냉혹했다. AP통신은 “테슬라가 지난해 크레디트가 없었다면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가 크레디트로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해 약 16억 달러로 2019년의 5억 9,400만 달러에서 대폭 늘었다. 캘리포니아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친환경 자동차 생산량에 따라 자동차 제조 업체에 크레디트를 부여하는데 자동차 업체는 연말까지 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처벌된다. 전기차만 생산해 충분한 크레디트를 확보한 테슬라는 다른 업체에 이를 팔아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의 생산량을 늘리고 독일 베를린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인근에 건설 중인 공장이 가동되면 올해 자동차 판매가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전 세계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전기차에 집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테슬라가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테슬라는 이날 올해 하반기 신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베를린과 텍사스 공장에서 신형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 생산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올해는 4680 배터리의 대량 생산이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해 반값 배터리 전기차 출시를 예고했다. 4680 배터리는 지난해 테슬라가 배터리데이 때 언급한 지름 46㎜, 길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로 생산 비용을 56% 절감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에서는 반값 배터리로 불린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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