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한국이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로 몸살을 앓았다면, 호주는 ‘역대급 메뚜기떼’가 퀸즐랜드 지역을 강타하며 초비상에 걸렸다. 수백만 마리의 메뚜기떼가 풀을 마구 뜯어먹으며 가축 방목지를 초토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주 공영방송 ABC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퀸즐랜드 알파와 클레르몬트 일대에 메뚜기 떼가 대규모로 출몰하면서 방목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건기에는 땅속 알 상태로 휴면하는 메뚜기들이 최근 우기로 인한 풀이 무성하게 자라자 대거 부화하면서 개체수가 급증한 것이다. 현재 이 떼는 북쪽으로 이동 중이며, 아라맥과 무타부라 지역 목축업자들은 겨울철 가축 사료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아라맥과 무타부라 사이의 아비모어 목장에서는 토종 메뚜기 떼가 2주 넘게 방목지를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아라맥 인근 아비모어 목장의 목축업자 케이티 래브노트는 “수백만 마리의 메뚜기가 풀을 뜯어먹고 있다”며 “3월 비 덕분에 자란 목초지를 통째로 잃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전체에 확산된 상황이라 방제나 살포가 얼마나 효과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퀸즐랜드에서 서식하는 토종 메뚜기는 성충이 되면 수백 km를 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린 개체일 때 항공 살포 방식의 방제가 효과적이지만, 현재는 주변 식생이 워낙 풍부해 알을 찾아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생물학자 헤네케 박사는 “겨울 내 비가 계속되면 40mm 정도의 강수량만으로도 메뚜기 수는 더 늘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목축업자 제프 세콤은 “메뚜기 떼는 마치 앵무새 떼처럼 보일 정도로 거대하다”며 “올해는 기후가 좋아서 풀이 잘 자랐는데, 이대로라면 정성껏 키운 그 풀을 통째로 잃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실망을 드러내며 “결국 이곳이 식량의 근간인데, 정부가 현장에 와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지 법에 따르면 메뚜기 방제는 기본적으로 토지 소유주의 책임이다. 다만 호주페스트메뚜기, 철새메뚜기, 박차목메뚜기 등 일부 주요 해충에 대해서는 정부가 방제 지원에 나서며, 전국 피해가 우려될 경우 호주역병메뚜기위원회(APLC)가 개입할 수 있다.
퀸즐랜드 농업부 대변인은 “지속된 메뚜기 활동 증가에 따라 토지 소유주들은 생물보안 일반 의무(GBO)를 이행해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GBO는 퀸즐랜드 생물보안법에 따라 해충·질병 등 생물학적 위협으로부터 토지를 보호할 의무를 명시한 규정이다.
한편, 이 같은 ‘메뚜기 습격’은 전 세계 곳곳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6월엔 아프가니스탄에서 메뚜기떼로 인한 대규모 식량난이 발생했으며, 같은 해 멕시코 유카탄주에서도 한 마을에 메뚜기 수천 마리가 몰려 과일나무와 식물을 초토화했다.
특히 사막메뚜기는 하루에 3만500명이 먹을 식량을 소비할 수 있어,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들을 ‘세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이동성 해충’으로 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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