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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檢개혁안 남긴 추미애 “이춘재 사건 보라…정의가 지나치면 잔인”

수사청 신설 제안…검찰서 수사 인력 분리

"제왕적 검찰총장제 개혁해야" 주장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법무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임기를 끝내며 남긴 검찰 개혁안에서 검찰의 수사 인력을 분리해 수사청을 신설하자고 제안한 것을 확인됐다. 또 검찰총장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하는 방안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서울경제가 추 전 장관으로부터 건네받은 ‘국민의 검찰로 가기 위한 3대 개혁안’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6일 이임식에서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을 위한 줄탁동시를 역설했지만 검찰 내부로부터 개혁적 목소리와 의지를 발현시키기 위해 저 스스로 얼마만큼 노력했는지에 대해 늘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그런 아쉬움을 토대로 ‘국민의 검찰로 가기 위한 3대 개혁안’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추 전 장관은 이 개혁안을 법무부 간부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부제가 붙은 총 42페이지의 개혁안은 3개 장으로 이루어졌다. ▲수사권 개혁-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 조직문화 및 운영방식 개혁-상명하복 군대식 문화 개혁 ▲인권 중심으로 생각의 대전환-인권 중심으로 생각하는 의식의 패러다임 대전환 등이다.

◇검찰서 수사 인력 분리해 수사청 신설

이중 검찰 조직과 관련한 개혁안 중 눈에 띄는 것은 수사청 신설이다. 추 전 장관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를 추진해야 한다”며 검찰수사관 인력을 떼 내어 수사청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의 검찰을 공소 기능을 하는 검찰청과 수사청으로 분리하자는 것. 수사청에는 현재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인 6대 범죄를 맡기자고 했다. 공소청 역할을 하는 검찰청에는 검사 1명에 각 1명의 수사관 및 사무국 인력만 남긴다.

수사청은 경찰의 수사기구인 국가수사본부와 통합하지 말고 별도로 운영하자고 했다. 이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안과 큰 틀에선 같은 것으로 해석된다.

추 전 장관은 수사청 수사관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많이 채용하자는 안도 덧붙였다. 그리고 검사를 10년 이상 근무한 수사관들 중에 주로 발탁하는 제도도 도입하자고 했다. 이는 10년 이상 법조 경력자 중에 법관을 임명하는 법원의 법조일원화와도 보조를 맞출 수 있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전날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변호사들이 수사처 수사관으로 들어와 경력을 쌓고 검사로 지원할 때 평가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과도 비슷하다. 수사처 검사는 7년 이상 법조 경력을 필요로 한다.



◇경찰 반부패수사 지원하는 ‘수사협력부’ 신설

반부패수사를 하는 경찰과 협력하는 ‘수사협력부’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검찰이 하던 중요 수사 관련 역할을 경찰이 넘겨 받으면서 반부패수사 공백 방지를 위해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추 전 장관이 제안한 수사협력부는 경찰의 중요 수사에 대해 초기 단계부터 지원하고 협력하며 그 사건을 송치받아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동시에 경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 업무도 담당한다. 수사협력부의 예시로는 서울중앙지검에 ‘반부패수사협력부’, ‘공공수사협력부’ 등 2개를, 5대 지검에는 ‘수사협력부’ 각 1개를,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수사협력부’를 제안했다. 또 수사협력부가 없는 검찰청은 ‘수사협력 전담검사’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총장, 구체적 사건은 검사장 통해 지휘”

추 전 장관은 현행 검찰총장 제도가 ‘제왕적’이라고 일컬으며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먼저 검찰총장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각급 검찰청 검사장을 통해서만 검사를 지휘하도록 하자고 했다. 현행 법령에서는 검찰총장이 직접 일선 부장이나 검사에게 지시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중요하거나 이견이 있는 사건은 검찰총장이 대검 부장회의 의견을 듣는 것을 의무화하자고 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이의제기 처리 절차도 마련하자고 했다. 검찰총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지에 관한 규정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일선 검사가 검찰총장에게 이의가 있을 때는 법무부 장관에게 이의신청 사실을 보고하고 처리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검찰총장만이 검사에 대한 징계권을 가진 것도 바꾸자고 했다. 법무부 장관에게 일정 직급 이상의 검사에 대해서는 징계를 청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각급 검찰청 검사장에게 소속 검사의 징계를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강제수사 개시 기준 정립해야”

수사 개시나 강제수사 개시의 기준을 정립하고 규범화하자고도 제안했다. “죄를 의심할 상당한 증거자료 없이 의심만으로 감으로 수사를 개시하거나 강제수사를 개시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국민들이 참여하는 위원회 구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정당이나 시민단체가 언론보도만을 근거로 고발하거나 추측을 기반으로 고발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각하 처분하자고 했다. 만약 수사 개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인지 또는 수제사건으로 수사하는 방안을 등을 검토하자고 했다.

‘구속’을 실적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바꾸자고도 제안했다. 구속영장 재청구, 재재청구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정보보고와 보도자료, 공적조서 등 모든 자료에서 구속 관련 사항은 원칙적으로 기재를 금지하자고 했다. 또 법무부와 정기 근무실적평정 시 구속 인원 기재를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자고 했다. 영장 재청구의 경우 영장기각 이후 실제로 새롭게 중대한 증거인멸이나 도주 시도를 한 경우에 한해 재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자고 했다.

◇"분야별 특사경 강화로 수사권 분산"

추 전 장관은 전문분야별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전문적인 범죄 대응 역량이 강화될 수 있고 수사권 분산 효과로 인권보호도 강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추 장관은 금융감독원 특사경을 100명까지 신속히 증원하자고 했다. 현재 금간원 특사경 인원은 10명이다. 또 독자적인 수사개시권을 부여하자고 했다.

국세청에도 특사경을 두자고 했다. 현재 조사 기능만 있는 국세청에 수사부서를 추가로 설치해 범죄 혐의를 검·경에 고발하지 않고 직접 수사하도록 하자는 것. 공정거래위원회에도 특사경을 설치해 좀 더 적극적으로 범죄를 적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사경이 있는 관세청에는 대상 범죄와 관련한 사기, 횡령, 배임 등 혐의에 수사권을 추가로 부여하자고 했다

◇“과잉된 정의는 잔인함과 거짓 낳아“

추 전 장관은 “적법 절차와 필요 최소한의 원칙에 따라 수사한 결과를 정의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인자함은 지나쳐도 화가 되지 않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를 소동파의 시 구절을 인용해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게 되고 오히려 거짓을 낳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추 전 장관은 “흑백을 바꾸지는 않는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언급했다. 추 전 장관은 “그때의 수사관은 정의를 외쳤을 것”이라며 “그처럼 흑백이 바뀌는 것은 드물지라도, 최소한 사실보다 더 검게 만들어지는 일은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의 누명을 쓰고 20년 옥살이한 윤성여씨의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추 전 장관은 “절차적 정의에 만족해야 한다”며 “과잉된 정의는 잔인함과 거짓을 낳는다”고 썼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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