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자동차도 유료 승객을 태우고 달리는 시대가 왔습니다.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SW) 기술을 고도화해 도심 내 셔틀·특수 차량의 완전 무인 주행을 구현해 보이겠습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a2z의 한지형(40·사진) 대표는 3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차 유상 운행을 초보 운전자에 비유한다면 도로 연수를 갓 마친 단계와 같지만 전국 주요 도시에서 테스트와 시범 사업을 거치며 시민들이 자율주행차를 경험할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a2z는 지난해 12월 정부세종청사 주변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처음으로 운행한 자율주행 유료 셔틀 사업의 기술 파트너로 참여했다. 현재 청사 주변 4㎞를 왕복하는 시범 차량 1대에는 a2z가 개발한 자율주행 SW가 내장돼 있다. 이 SW는 스스로 인지·판단하고 차량을 제어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한 대표는 “라이다(레이저 영상 센서)·카메라 등 차량에 부착된 각종 센서 정보를 분석하고 차선 변경·정지 등을 판단하는 핵심 SW”라며 “차를 움직이는 ‘윈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자율주행 셔틀에는 현행 국내법상 무인으로 도로 운행이 불가능한 탓에 운전자가 함께 탄다. 미리 선정된 100여 명만 요금(시범 기간 1,000원)을 내고 탑승할 수 있어 이용 건수는 하루 10건 안팎이다. 한 대표는 “비상 상황이 아니면 사람이 운전에 개입하지 않는데 차선 변경 등에서 사람이 운전하는 일반 차량처럼 자연스럽다는 승객들의 반응이 많다”며 “도로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도록 개발한 알고리즘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a2z는 보통 자율주행차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DGPS)을 쓰지 않고 라이다만으로 차량의 위치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기술도 자체 개발했다. 이 기술로 위성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도심·터널에서도 문제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차량 설계부터 센서 배치, 시스템 개발까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보유한 a2z는 창업 1년 만인 지난 2019년 기술보증기금의 ‘프런티어 벤처’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국내외 특허 20여 건을 출원했다.
서울·판교·대구 등에서도 실증 테스트 중인 a2z의 주 타깃은 상용차가 아니라 지정 구간을 왕복하는 셔틀이나 물류·청소 등 특수차다. 한 대표는 “도시 외곽 등 대중교통 취약 지역을 위한 셔틀 버스나 청소차 같은 스마트시티 구축에 필요한 공공 모빌리티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아직은 먼 상용차 시장보다 현실적으로 기술 접근이 가능한 정부대상사업(B2G)에서 성과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 스타트업인 a2z가 창업 2년 만인 지난해 흑자를 낸 것도 한 대표를 비롯해 창업 멤버가 모두 자동차 양산 업체 연구원 출신으로 시장에 대한 객관적 시각으로 기술력을 쌓은 덕이다. 한양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한 대표는 11년 동안 현대자동차 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퇴직 후 동료 3명과 함께 2018년 a2z를 창업했다.
그는 “실제 도로 상의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구글 웨이모나 아마존 죽스 같은 세계 선도 기업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자율주행 기술의 수준을 높여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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