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트남과의 무역 협상에서 합의를 이뤘다는 소식에 뉴욕증시가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다시 한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증시 상승은 대체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협상이 잘 진행될 것이란 낙관론을 반영했다는 평가지만 민간고용이 둔화됐다는 지표로 인해 금리 인하 기대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에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계속되는 상승으로 인해 단순히 시장이 버블 영역에 진입하고 있는 것 이란 신중론도 나온다.
2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0.52포인트(-0.02%포인트) 하락한 4만4484.4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9.41포인트(+0.47%) 상승한 6227.4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90.24포인트(+0.94%) 오른 2만393.13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과 베트남 간에 무역 합의가 타결됐다고 밝히면서 증시 상승폭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트남에 관세율 20%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일 당시 베트남에 대해 발표한 46% 관세율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미국은 베트남이 중국 제품 등 환적 수출을 할 경우 4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 기업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반면 베트남은 미국에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SNS 발표 이후 백악관 측에서 별도의 문서화된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베트남은 갭과 나이키 등 주요 의류업체가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관세의 효과가 소비자에게 직접 나타날 수 있는 주요 국가 중 한 곳이다. 특히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베트남의 대(對)미국 수출량은 2017년 465억 달러에서 지난해 1370억 달러로 미국과의 교역 규모도 급등 추세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날 베트남에 대한 관세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물가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소매 컨설팅 그룹 앨릭스파트너스는 미국이 베트남 상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 남성용 스웨터 가격이 약 8% 상승할 것으로 봤다. 이에 20%의 관세는 같은 의류가격을 16% 가량 올리는 효과를 낸다.
그럼에도 이날 베트남과의 합의 타결 소식은 증시의 불확실성을 다소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 이후 나이키의 주가는 4.06% 증가했다. 야후파이낸스는 “베트남과의 무역 합의 소식으로 7월 9일 관세 유예 기한이 끝나기 전에 더 많은 무역 협정이 체결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6월 민간고용 마이너스로…JP모건 “6월 일자리 10만개 못 미치면 주가 하락”
일부에선 이날 시장의 상승이 미국 민간 고용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소식 때문에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이날 고용 지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고용정보업체 ADP는 6월 미국 민간기업의 고용이 전월 대비 3만3000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10만 명 증가)를 큰 폭으로 밑돌았을 뿐 아니라 2023년 3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하 확률은 약 4%포인트 늘어었지만 여전히 동결 확률이 75% 안팎으로 높았다. 국채 금리도 상승했다. 약한 고용은 금리 인하의 요인이기 때문에 고용 지표가 부진할 경우 통상 국채 금리는 하락한다. 다만 이날 10년물 국채 금리는 3.4bp(1bp=0.01%포인트) 상승한 4.283%에 거래되면서 고용 지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의 이런 반응은 ADP의 지표가 변동성이 크고 미국 정부의 공식 고용 지표와 흐름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황 판단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은 3일로 예정된 미국 노동부의 6월 고용보고서 동향을 확인한 뒤 고용시장의 흐름을 판단하자는 분위기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의 6월 비농업일자리가 전망치는 11만 개다. JP모건의 트레이딩 데스크는 만약 6월 증가 일자리가 10만 개를 기준으로 시장의 반응이 엇갈릴 것으로 봤다. 이들은 10만 5000개에서 12만 5000 개의 일자리 증가를 기본 시나리오로 예상했다. 만약 고용 증가가 이보다 부진한 8만 5000~10만 5000개 사이일 경우 S&P 500 지수는 0.25%에서 1.5% 사이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범위를 밑돌 경우 지수는 2~3%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 JP모건의 전망이다. 반대로 고용 증가건수가 12만 5000명에서 14만 5000명 범위일 경우 S&P 500지수가 0.75~1.2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따. 성장률이 14만 5000명을 넘을 경우, 예상 상승률은 1%에서 1.5%로 상향 조정된다. JP모건의 트레이딩데스크는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수가 10만 건을 넘는 한 주식 시장은 매수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파월 의장이 관세 영향이 6월~8월 경제 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용 증가가 10만 건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시장 심리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BMO 캐피털 마켓의 이언 린젠 과 베일 하트먼은 “고용 시장으로 채권 시장이 확실히 강세를 보이려면(=국채 금리 하락) 고용지표가 5만 명 미만으로 떨어져야 할 것”이라며 “단 한 건의 실망스러운 고용지표만으로는 7월 연준 금리 인상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월가, 과잉 매수 가능성 주목
여러 부정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상승하면서 최근 들어 월가에서 경계론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노스라이트 자산관리의 크리스 자카렐리는 주식의 가격이 높은 점,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점, 고용 시장 불안 등을 꼽으며 “주식 매수장이 시장에 몰려들었지만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리 칼바시나 등 RBC캐피탈마켓의 전략가 들은 “미국 주식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은 아직 거품이 끼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거품이 끼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거나, 더 광범위한 경제적 난항이 발생하거나, 연준이 결국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면 이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