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사회·경제 전반에 큰 변화의 충격을 안겼다. 공연 예술 분야에서도 기존의 극장에서 벗어나 온라인으로 즐기는 비대면 공연과 전시가 증가했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공연 환경의 변화로 인해 디지털 콘텐츠와 유튜브 등의 온라인 플랫폼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이 어느덧 오프라인의 대체재가 아닌 새로운 공연 예술의 향유 환경으로 자리매김하며 자연스럽게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 예술의 현장성이 갖는 절대적 한계는 분명하다. 하지만 완성도 있는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제작 비용이 들고 유료화를 통한 수익 창출 가능성도 낮다는 점 등 온라인 공연 예술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복제와 전송이 매우 용이한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상 온라인 서비스의 확장에 따른 저작권 보호와 활용에 관한 문제도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이 같은 이슈에 대응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그동안 수집한 수십만 점에 이르는 국악 자료의 활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원과 협력해 국악 공연 사진 1,000여 점을 제작하고 국악박물관 소장 악기 109점을 3D로 촬영해 공공 저작물로 개방하기도 했다. 또 대취타·수제천 등 국악 공연 50여 편을 가상현실(VR) 영상으로 제작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소장 저작물의 권리관계를 파악하고 작곡자들과 저작물 이용 허락 계약을 체결해 저작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한국문화정보원과 함께 ‘대국민 서비스 확대’라는 공통의 목표 달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코로나19의 일상화는 분명 문화예술계의 변화를 촉발했다. 기존의 공연장과 전시장에서 나와 가상의 온라인 공간에서 인공지능(AI)·VR 등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공연 제작 및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는 등 전통적 문화 예술 생산 방식과 소비 형태를 벗어난 파격적인 혁신과 새로운 환경의 시대를 맞이했다. 이럴 때일수록 공공 문화 예술 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한국문화예술위원회·국립무형유산원은 ‘K-PANN’이라는 아카이브 검색 서비스를 개시해 각 기관이 수집한 방대한 양의 공연 예술 기록과 정보를 국민들이 온라인으로 손쉽게 접근·활용할 수 있도록 협업하고 있다. 의미 있는 대응과 협력의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앞으로도 국립국악원을 비롯한 공공 문화 예술 기관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능동적으로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그렇게 앞서가는 혜안으로 제 역할에 힘을 쏟아 대한민국이 진정한 문화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문화의 화수분’이 돼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