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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키즈, 어리다고 부족하지 않네

귀여우면 그만이던 아역배우

탄탄한 실력 기반 프로로 성장

빌리엘리어트·루드윅·마틸다 등

오디션 경쟁률 '100대 1' 기본

성장 이끌 작품은 여전히 적어

지난 1월 27일 진행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선발 최종 오디션에서 후보들이 발레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어깨 좀 더 내리고, 뒤로 가지 말고 배꼽 잡으세요.”

발레 바(bar)를 잡고 선 소년들의 몸짓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 가녀린 팔다리지만, 음악과 선생님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아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다부지고 뜨겁다. 우아한 발레에 이어 고난도 스텝과 리듬감이 필수인 탭댄스, 재즈댄스까지 막힘이 없다. 어린 소년들이 팽팽한 긴장감과 열정을 뿜어내는 이 자리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을 뽑는 최종 오디션 현장이다.

지난달 27일 언론에 온라인으로 공개된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은 제작사인 신시컴퍼니가 1·2차 오디션을 통과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10개월 간 꾸려 온 ‘빌리 스쿨’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탄광촌 소년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빌리 스쿨은 극 중 다양한 댄스와 노래, 연기를 선보이며 2시간 50분 간의 극을 끌고 갈 아역 배우들을 선발하기 위해 운영된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만 8~12세, 키 150cm 이하, 변성기가 오지 않고 탭 댄스, 발레, 아크로바틱 등 춤에 재능이 있는 남자 어린이’ 라는 까다로운 조건에 부합하고 두 차례의 오디션을 통과한 소년들은 총 13명(빌리 후보 7명·마이클 후보 6명). 이들이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동안 6시간 씩 체력 단련 및 다양한 장르의 춤과 노래를 배워왔다. 이재은 국내 협력연출은 “성인 배우라면 바로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이미 완성된 사람을 뽑지만, 아이들은 가능성을 먼저 본다”며 “그래서 (연습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7년 공연/사진=신시컴퍼니


무대 위에서 그저 ‘귀여운 꼬마’였던 아역들이 달라지고 있다. 노래나 대사 없이 잠깐 얼굴을 비치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 극에 없어서는 안 될 신스틸러, 더 나아가 주역으로 그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연기 노래 못해도 깜찍하면 그만’이던 시대는 갔다. 다수의 뮤지컬 키즈는 빌리 스쿨 같은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거머쥔 프로 배우들이다.

뮤지컬 아역 오디션은 성인 배우의 그것 못지않게 치열하다. 특히 ‘빌리 엘리어트’나 ‘마틸다’처럼 아역이 타이틀 롤인 작품이 드물다 보니 오디션이 열리면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은 기본이다. 빌리 엘리어트의 이번 시즌 오디션에는 빌리 역에 161명이, 마이클 역에 140명이 지원했다. 지난 2018년 국내 초연한 ‘마틸다’의 경우 초능력 소녀 마틸다 배역 네 명을 선발하는 데 600명이 몰렸다.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에서 뛰어난 연기와 연주를 선보인 아역 차성제(왼쪽)와 백건우/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탄탄한 연기력과 춤·노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춘 어린 배우들의 성장 속에 작품 내 아역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아역이 타이틀 롤인 작품 뿐만이 아니다. 악성 베토벤과 그의 조카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든 뮤지컬 ‘루드윅’에는 어린 시절의 베토벤과 훗날 그에게 피아노를 배우려는 소년 발터가 등장한다. 두 배역을 맡은 아역들은 극 중 섬세한 연기와 노래에 더해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와 ‘템페스트’를 직접 연주하며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어린 베토벤을 연기한 차성제는 2018년 열두 살의 나이로 초연 무대에 올라 훌륭한 기량을 뽐냈고, 이후 재연에 이어 지난해 세 번째 공연에서도 같은 배역을 꿰찼다.

아역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을 전담하는 시스템도 갖춰지고 있다. 낯선 환경에서 어린 아이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아역 전담 관리자’, 일명 ‘샤프롱(chaperon)’이 대표적이다. 샤프롱은 ‘젊은 여성이 사교장에 갈 때 동행하는 보호인’을 뜻하는 단어로, 뮤지컬 계에선 아역 배우의 보모 역할을 하는 전문 인력을 지칭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뮤지컬 ‘원스’의 국내 초연 당시 여주인공 ‘걸’의 딸 이반카 아역을 위한 담당자를 두면서 도입됐다. 이들은 개막 전 연습 단계부터 폐막일까지 전 일정에 걸쳐 음악·연기 지도를 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공연 과정에서 겪는 부담감이나 어려움을 파악하고 혹시 모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상담역이자 중재자 역할을 하는, 아역 관리에 꼭 필요한 존재다.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외국처럼 샤프롱만 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 공연 매커니즘을 잘 아는 스태프 중에서 선발한다”며 “2017년 빌리 엘리어트 공연 때는 유아교육을 전공한 스태프를 리더로 4~5명의 전담 인력을 뒀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제작사들은 △멀티 캐스팅을 통한 과로 방지 △철저한 휴식 보장(휴일 홍보 활동 금지) △심리 치료 병행 등 아역을 위한 세심한 가이드라인을 확대해가고 있다.

다만 뮤지컬 키즈를 육성할 콘텐츠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흥행을 위해 티켓 파워가 강한 인기 성인 스타 위주의 작품이 주를 이루는 현실에서 아역들이 설 무대는 한정돼 있다. 아역 이후 작품 부족, 변성기 같은 신체적 변화로 무대 경력이 단절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어린 친구들이 미래를 꿈꾸고, 자신의 끼를 보여줄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며 “앞으로 이런 작품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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