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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80> "車 산업 관건은 전기차" 인식에…‘보조금 액셀’ 계속 밟는 中

■판매 차량 10대 중 1대가 전기차

중국 베이징의 테슬라 전용 충전소의 모습. 왼쪽 안내판에는 1㎾당 2.4위안(약 350원)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최수문기자




중국 자동차 업계는 올해도 충격을 받았다. 지난 2020년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차 시장이 3년 연속으로 ‘후진’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후진은 후진이다.

2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며 지난해 중국내 자동차 총 판매량은 2,531만1,000대에 그치며 전년대비 1.9% 감소했다. 앞서 2019년에는 8.2%, 2018년에는 2.8% 각각 줄었었다. 성장 가도를 달리던 중국 차 시장이 축소된 것은 2000년대 들어 2018년이 처음이었다.

작년 차 판매가 전년에 비해서 그래도 선방한 것은 정부의 빚투자 덕이다. 중국 정부가 재정을 이용해 철도·도로 등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상용차 판매(513만3,000대)가 전년대비 18.7%나 급등했기 때문이다. 반면 승용차 판매(2,017만8,000대)는 6.0%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목되는 점은 전기자동차 등 ‘신에너지자동차’ 판매의 증가다. 지난해 팔린 전기차는 모두 136만7,000대로 전년대비 10.9% 늘었다. 승용차가 124만6,000대가 팔려 14.6% 증가했고 상용차는 12만1,000대 판매에 그쳐 17.2% 감소했다.

전기차 판매는 지난 2019년에 일시적으로 하락(-4.0%)했지만 앞서 2018년 61.7%, 2017년 53.3% 각각 증가했었다.

지난해의 경우 전기차의 판매 급증으로 전체 판매 자동차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4%나 됐다. 추세는 보다 적극적이다. 지난해 1월 전체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7%였던 데 비해 6월에는 4.5%, 12월에는 8.8%로 올라섰다. 현재 중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가운데 10대 중에 1대는 전기차라는 이야기다.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자동차’의 범주에는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HEV), 수소전기차 등 3가지가 포함돼 있다. 상대적으로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이 대다수고 수소전기차는 아직 초보단계다.

지난해 9월에 열린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 비야디의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UPI연합뉴스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바탕으로 한다. 전문가들이 중국 전기차 확대의 첫째 이유로 꼽는 것은 고질적인 중국의 대기오염 때문이다. 바다가 바로 옆에 있는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중국의 도시들은 대부분 내륙에 위치한다. 이는 대기가 정체되는 경우가 많고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지역에 머문다는 이야기다. 이는 악명높은 스모그의 원인이다. 미세먼지도 점차 악화됐다.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오염물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정부가 전기차에 눈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 산업 자체가 선진국 도약을 위해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즉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선진국에 한참 뒤진 중국이 자동차 산업의 명운을 ‘전기차’에 걸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중국은 1996년부터 시작된 제9차 5개년계획 기간부터 전기차의 기술 개발을 국가과학기술계획에 포함시켰다.

이어 제12차 5개년 계획 기간에는 전기차가 중국에서 중점적으로 발전하는 4대 전략 신흥산업 에 들어갔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11월에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 기간에 적용될 ‘친환경 자동차 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했는데, 2025년 전체 판매 차량에서 전기차 비중이 20%가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25년에는 60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된다.

개발도상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오는 2060년까지 자국을 ‘탄소 중립’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실현 가능성이 회의가 든다는 지적도 많지만 어쨌든 중국은 이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35년부터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을 전면중단하고 모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중국 장쑤성 화이안시에 위치한 비야디의 상용 전기차 공장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그동안 전기자동차 산업을 키운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바로 보조금 지급과 의무구매제다. 의무구매제의 대표는 지방정부가 버스나 택시 등 공공차량을 전기차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는 지난 2018년 시내를 다니는 2만여대의 버스와 택시 등을 전기차로 바꿨다. 버스와 택시는 일정한 구역을 다니기 때문에 충전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도시들도 이를 따랐는데 중국 기업들은 이러한 자국 시장에서의 수익을 바탕으로 한국 등 다른 나라에도 저가로 전기 버스를 팔아왔다.

의무구매제 보다 구매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 정책이 더 적극적이다. 당초 중국은 2020년 이후로는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다른 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불공정 정책이라며 일제히 비난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보조금은 자국 업체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가 8.2% 하락하고 전기차 판매마저 4.0% 감소하면서 생각을 바꾸었다. 전기차도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덩달아 판매가 줄어든 것이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3월에 보조금 폐지 시점을 당초 계획에서 2년 늦춘 2022년으로 하겠다고 앞의 말을 뒤집었다. 시진핑 국가주석·리커창 국무원 총리 체제가 2022년 끝나기 때문에 사실상 2023년 이후에도 보조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전기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주기 시작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난 2009~2019년 11년간 신에너지자동차 시장에 쏟아부은 보조금은 6,763억위안(약 117조원)에 달했다. 보조금은 최근으로 올수록 더 많아져 2009~2017년 9년간 3,932억위안이었던 것이 2018년 한해에만 무려 1,482억위안이 지급됐다. 2019년(1,349억위안)에는 다소 줄었지만 2020년에 다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차량 구매 보조금과 세금 면제, 연구개발 지원 등에 쓰였다.

이런 보조금과 의무구매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뉴욕증시에도 상장한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3인방인 웨이라이(蔚來·Nio)과 리샹(理想·Li Auto), 샤오펑(小鵬·XPeng)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CN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웨이라이는 지난 1월에 전기차 7,227대를 팔았다. 이는 작년 1월(1,598대)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샤오펑도 1월에 6,015대를 팔았는데 이는 3개월 연속 월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해 1월 상하이에서 진행된 중국산 ‘모델3’ 인도식에서 흥겨운 춤을 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전기차 시장 플레이어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미국의 테슬라다. 테슬라는 상하이에 현지 공장을 짓고 중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선전은 인상적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모델3’을 주력으로 중국에서 전기차 13만8,000대를 팔았다. 판매 숫자로는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투자한 상하이GM우링(16만6,000대)에 뒤졌지만 테슬라는 고가의 순수 전기차라는 점에서 무게감은 훨씬 컸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전기차 49만대를 판매한 부동의 1위다. 중국내 판매 3위는 비야디(BYD)로 13만1,000대를 팔았다.

최근 테슬라가 비야디의 지분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와 관심이다. 한 중국 매체는 “테슬라가 비야디의 지분 20%를 360억달러에 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비야디 내부 인사의 말을 전했다. 이것이 추진될 경우 테슬라의 중국 시장 장악은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정보기술(IT) 기업들까지 전기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관심거리다.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 바이두가 지난달 전기차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바이두는 중국 완성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와 합작해 ‘바이두자동차’를 설립하기로 했다. 바이두는 2017년부터 ‘아폴로’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 차량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 중이었다.

과거 바이두는 여러 완성체 업체에 공통으로 팔 수 있는 IT기술을 개발했는데 이번에 직접 자동차를 만들기로 전략을 바꾼 셈이다.

앞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상하이자동차, 상하이시 푸둥신구 정부와 함께 스마트 전기차 제조사인 즈지자동차를 설립했다. 알리바바는 샤오펑의 2대 주주이기도 한데 바이두와 마찬가지로 직접 ‘선수’가 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대전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미국과 유럽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조사기업 EV볼륨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는 324만대로 2019년(227만대)보다 43% 증가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국가별 판매 대수에선 중국이 134만대로 전체의 41%를 차지했다. 다만 중국의 증가율은 전체 평균 보다 낮은 11.8%에 그쳤었다. 이어 독일(40만대)·미국(33만대)·프랑스(19만대)·영국(18만대) 순이었다. 한국은 5만2,000대로 10위에 머물렀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만큼 문제점도 적지 않다. 정부 보조금을 노리고 우후죽순 들어선 업체들이 우선 문제다. CSIS는 중국내에 전기차 업체가 지난해 기준으로 120개 가량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기업인 헝다그룹이 ‘헝다자동차’라는 전기차 회사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일단 만들어 놓으면 팔릴 것이라는 생각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보조금을 없애기로 한 것도 ‘보조금 사냥꾼’들을 없애기 위해서였지만 이는 결국 실패했다.

중국 베이징의 왕징 아파트단지 옆 길가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 모습. ‘무늬만 충전소’의 사례로, 앞에 주차된 일반 차량으로 인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하다. /최수문기자


역시 정부의 재정 지원만 믿고 적정한 고려 없이 충전소 등 전기차 인프라가 깔리는 중이기도 하다. 중국충전연맹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중국내 전기차 충전소 보유량은 168만1,000대로 집계됐다. 작년 한해에만 46만2,000대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숫자만 늘리다 보니 상당수 충전소들이 ‘무늬만 충전소’로 전락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중앙방송(CCTV)이 르포를 통해 “안후이성 후이난시 시정부 서비스센터 주차장에는 100여개의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먹통이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오락가락한 방침도 문제다. 공업정보화부가 2019년 말 공개한 계획 초안에서 2025년 전기차 판매 비중 목표를 25%로 제시한 바 있는데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는 기존 자동차업계의 주장에 굴복해 지난해 말 최종 계획 문건에서는 비중을 20%로 낮췄다. 보조금 지급도 당초 2020년 없애기로 했다가 업계의 반발에 밀려 연장한 상태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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