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억 5,000만 명을 TV 앞으로 끌어들일 슈퍼 쿼터백 간 ‘역대급’ 대결의 막이 오른다.
오는 8일 오전 8시 30분(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제55회 슈퍼볼이다. NFL은 양 팀 11명이 격돌하는 경기지만 이번 슈퍼볼은 톰 브래디(44·탬파베이 버커니어스)와 패트릭 머홈스(26·캔자스시티 치프스)의 1 대 1 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2년간 우승을 이끈 쿼터백 간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 브래디는 지난 2019년, 머홈스는 지난해에 각각 우승 반지를 끼었다.
현지에서는 프로레슬링 레슬매니아의 헐크 호건과 더 락의 현실 버전 대결이라거나 미국프로농구(NBA) 전설인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격돌에 비유하며 흥미를 돋우고 있다. 브래디가 스물다섯 나이에 처음 우승한 2002년 당시 머홈스는 일곱 살이었다.
브래디는 NFL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서만 20년간 뛰며 슈퍼볼 최다 우승(6회)과 슈퍼볼 최우수선수(MVP) 최다 수상(4회) 기록을 남긴 그는 지난해 3월 이적한 탬파베이에도 곧바로 18년 만의 슈퍼볼 티켓을 안겼다. 최고 전략가인 빌 벨리칙 뉴잉글랜드 감독의 품을 떠난 첫 시즌에 약팀을 최고 무대로 이끌면서 역사상 최고 선수(Greatest Of All Time·염소와 철자가 같은 GOAT) 명성을 굳건히 다졌다.
프로 4년 차인 머홈스는 GOAT 자질이 뚜렷한 차세대 슈퍼 스타다. 사실상 데뷔 시즌이던 2018년에 정규 리그 MVP로 뽑혔고 지난해 캔자스시티에 50년 만의 우승을 안기며 슈퍼볼 MVP까지 차지했다.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 아버지를 둔 머홈스는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와 디비저널 라운드에서 패싱 공격 30차례 시도, 21번 적중 등 255야드를 따낸 데 이어 버펄로 빌스와 콘퍼런스 챔피언십에서는 38차례 패스 중 29번을 성공한 것은 물론 터치 다운 패스 3개를 포함해 325야드 전진을 이끌었다. 2경기에서 인터셉션은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머홈스가 올해도 우승하면 26세 생일 이전에 2회 우승을 달성하는 NFL 역사상 최초의 쿼터백으로 우뚝 서게 된다. 최고 전성기를 달리는 머홈스의 승리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슈퍼볼 최다 진출(10회) 관록의 브래디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결전지가 탬파베이 홈 구장이라는 것도 브래디 팬들을 설레게 한다. 슈퍼볼 개최 팀이 슈퍼볼에 진출한 경우는 탬파베이가 처음이다.
올해 슈퍼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용 인원의 약 30%인 2만 2,000명만 받는다. 이 때문에 현장 티켓 가격이 4만 달러(약 4,400만 원)까지 치솟았다는 보도가 나온다. 지난해 슈퍼볼의 미국 내 시청자는 9,990만 명이었는데 올해는 1억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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