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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혁명 창시자가 그린 포스트 코로나 세상

[책꽂이]■클라우스 슈밥의 위대한 리셋

클라우스 슈밥·티에리 말르레 지음, 메가스터티북스 펴냄

팬데믹 계기로 세계화 일부 후퇴…노동시장선 챗봇 등 AI 급부상

경제·산업분야 '주주 자본주의'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전환 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 초기의 봉쇄 조치로 많은 상점과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대규모 실직이 발생했다. 일시적 해고일 줄 알았을 테지만, 인력 감축은 영구적으로 고착되고 로봇과 AI의 노동이 그 자리를 대체하려 한다. 콜 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존의 AI플랫폼 알렉사와 같은 음성 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챗봇과 인간 직원이 수행하던 업무를 대체할 소프트웨어가 속속 채택되고 있다. 방역 조치를 이유로 도입한 혁신이 머지않아 수십 만, 수백 만 명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새로운 일상)이 된 ‘낮은 경제성장’에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가 맞물려 충격파는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일명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창립자이자 ‘제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내다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노동시장 ‘리셋’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공식 주제인 ‘위대한 리셋(The Great Reset)’의 핵심 아젠다를 다룬 이 책은 코로나19가 미래 세계에 미칠 광범위한 영향을 조명하며 ‘뉴노멀’ 시대를 살아갈 정부·기업·개인에게 제시하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이다.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이전(Before Coronavirus·BC)’과 ‘코로나바이러스 이후(After Coronavirus·AC)’ 라는 표현이 상용화 됐음을 짚은 저자는 “많은 이들이 언제 상황이 다시 정상화될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만, 간단히 답하자면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바로 지금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리셋’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때임을 강조한다.



2020년 6월 현재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0.006% 미만이다. 세계 인구의 30~40%를 숨지게 한 14세기의 흑사병은 물론 스페인독감의 2.7%, 에이즈의 0.6%(1981년부터 현재까지)와 비교해도 사실 ‘덜’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그 파장이 심각한 이유는 “오늘날의 상호의존적인 세계에서 위험들이 합쳐지면서 상호 효과를 증폭시키고 영향력을 키우는”데 있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산업 분야의 리셋은 이미 진행 중이다. 항공산업의 타격은 공항의 위기로, 이는 국제공항을 구성하는 면세점과 음식점의 고사로 이어지고 렌터카 회사부터 국방 항공우주 분야를 제외한 항공우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재택 근무가 늘면서 인테리어와 목공, 프린터 수요가 늘었고 배달 서비스와 전자 결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원격 근무의 확대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임대 수익을 누리던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연쇄 파산을 예고한다. 이는 주거용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원격 근무 추세가 본격화되면 통근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되지 않고, 젊은 세대는 일자리도 늘지 않으면서 생활비가 많이 드는 도시에서 집을 임대하거나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고도 성장의 혜택을 누려온 거점 도시를 떠나 신흥 도시로 이주할 것이다. 이미 트위터·구글·페이스북 등 IT기업들이 이를 선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탁월한 통찰력의 저자답게 총 340쪽 분량의 책에서 군더더기로 버릴 만한 문장이 단 한 줄도 없다. 그만큼 세계가 직면한 상황이 긴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슈밥 회장은 팬데믹을 계기로 세계화의 부분적 후퇴, 미중 갈등의 심화, 이민자 문제를 우려했다. 동시에 고도화되고 자동화되는 감시에 대한 위협, 새로운 통화 정책, 다시금 ‘큰 정부’가 부각되면서 급진적 복지 및 과세 조치가 시행될 것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정책 입안자들이 통상적인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보다는 발권력을 동원한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쓰는 것에 대해 저자는 인플레이션 유발과 경제 부양의 어려움으로 인한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화가 누려온 지위도 변화할 것이라고 그는 예측했다. 이미 전 세계 정부들이 수조 달러에 달하는 부양책을 발표했고 실제로 상당액의 직접 현금 지원에 나서는 등 위기 극복을 앞세워 진행되는 전례 없는 공적 개입은 특권층에 대한 과세 강화도 시사한다.

그렇다면 ‘리셋’ 이후의 세상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저자는 경제·산업 분야의 리셋에서 4차 산업혁명 주창 때부터 제시한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 즉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개인적 차원의 리셋도 언급했다. 인간성의 재정의와 함께 정신 건강과 웰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창의성과 자연이 우선순위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은 신선하다. 저자는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을 리셋하기 위해 뭔가를 하지 않는다면 내일의 세상은 심각한 고통에 시달릴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것(리셋)은 세상을 팬데믹 이전 시대보다 덜 분열적이고, 덜 오염되고, 덜 파괴적이고, 더 포용적이고 더 공평하고도 공정하게 만드는 문제”라고 말했다. 1만8,0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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