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직전 손흥민(29·토트넘)의 슈팅이 크로스바 위로 뜨자 벤치의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그대로 두 눈을 감아버렸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의 명장 모리뉴가 감독 생활 처음으로 리그 홈 2연패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토트넘은 5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치른 첼시와의 2020~2021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홈경기에서 0 대 1로 졌다. 전반 24분 조르지뉴에게 페널티킥 결승 골을 내준 뒤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미드필더 에릭 다이어가 볼 경합 과정에서 무리하게 다리를 뻗는 바람에 안 줘도 될 페널티킥을 허용한 게 두고두고 아쉬울 만했다.
토트넘은 지난 2012년 11월 이후 처음 리그 3연패를 당하면서 8위(승점 33)로 내려앉았다. 한때 60년 만의 우승도 넘봤으나 지금은 선두 맨체스터 시티(승점 47)에 14점이나 뒤진 채 시즌 종료까지 17경기를 남겼다.
모리뉴는 2000년 9월 포르투갈 벤피카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후 327번째 홈경기에서 처음으로 리그 홈 연패에 빠졌다. 수비를 중시하는 모리뉴 축구는 그동안 지지 않는 ‘실리 축구’로 받아 들여졌지만 최근 3경기 1골의 득점 빈곤이 8년여 만의 3연패로 이어지면서 팬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날 토트넘의 슈팅은 단 7개(첼시는 18개)에 그쳤다. 7일 웨스트브로미치전마저 망친다면 모리뉴 경질론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최근 리그 12경기에서 3승에 그치고 있는데 전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이런 흐름 끝에 결국 옷을 벗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최근 부임 이후 2승 1무로 첼시(6위)를 벌떡 일으킨 것도 모리뉴 감독을 더 작아지게 한다.
시즌 전체 16골의 손흥민은 풀타임을 뛰었지만 팀 공격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 슈팅 1개에 그치며 침묵했다. 지난달 6일 리그컵 4강 득점 이후 6경기, 30일째 무득점이다. 발목 부상으로 빠져 있는 주포 해리 케인이 일러야 오는 11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에버턴전에 복귀할 예정이어서 손흥민은 7일 웨스트브롬전에서도 외로운 공격에 나서야 한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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