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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선도하는 동남권] UNIST, 다큐멘터리 속 VR기술 구현...창업 생태계 '꿈을 현실로'

창업 나선 교원 5년간 급여 보장

1호 기업 클리노믹스 코스닥 상장

체계적 지원에 우수 사례 잇달아

학생 창업도 2단계 과정 통해 육성

이용훈 UNIST 총장




UNIST 학술정보관에 위치한 인공지능 연구소 ‘러닝커먼스II’에서 학생들이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실습하고 있다. /사진제공=UNIST


‘김정수 씨가 감았던 눈을 떴다. 그의 앞에 익숙한 집의 풍경이 펼쳐졌다. 4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와 함께했던 옛 집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집안 곳곳을 살펴보던 그의 눈이 창가에 닿아 멈췄다. 그림자라도 다시 보고 싶었던 아내가 그곳에 있었다. 김정수 씨가 떨리는 맘으로 뻗은 손끝에 아내가 닿았다. 그는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의 아내와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춤을 췄다. 과거의 어느 날로 돌아간 그의 얼굴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김정수 씨가 간절히 그리던 아내와의 만남이 이뤄진 곳은 꿈속이 아니었다. 첨단 가상현실(VR) 기술로 구현된 가상 스튜디오 안이었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가 화제를 모았다. 아내와 사별한 주인공이 VR 기술로 아내를 다시 만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진한 감동을 자아냈다. 방송에서 주인공이 아내를 만났던 가상공간의 구현에는 다양한 기업의 여러 기술이 활용됐다. 이 중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배출한 창업기업의 기술이 있었다.

주인공은 배준범 UN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는 필더세임이다. 이 회사는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이 착용한 장갑을 개발했다. 필더세임이 개발한 장갑에는 소프트센서가 내장돼 있어 사용자의 손 움직임을 측정하고 가상현실 속의 자극을 손에 전달한다.

VR 기술을 탑재한 장갑에서 손가락의 움직임을 측정하려면 신축성 있는 얇은 소재 위에 센서를 부착해야 한다. 수없이 접히고 늘어나는 손가락의 복잡한 움직임까지 정확하게 측정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필더세임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실리콘 소재 위에 액체금속을 접목해 신축성 있는 센서를 제작하는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원천 기술은 배 교수의 연구실에서 탄생했다.

배 교수는 “유연센서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양산형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했다”며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상현실, 웨어러블센서, 헬스케어, 로봇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 도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UNIST는 배 교수 사례와 같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교원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우수 기술이 논문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교내 유망 기술 발굴부터 사업화, 단계별 투자 유치로 이어지는 창업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교원 창업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창업에 나선 교원은 창업 후 5년 간 급여를 보장받으며 창업에 나설 수 있다. 교원으로서 기본적인 의무만 다한다면 언제든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대학이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일찍부터 창업 생태계 조성에 노력한 결과 우수한 창업 사례도 속소 배출되고 있다.

지난해 ‘UNIST 1호 교원 창업기업’인 클리노믹스가 코스닥에 상장된 것이 대표적이다. 게놈 기반의 정밀의료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이 기업은 박종화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다. 리튬이차전지 소재를 개발한 조재필 교수의 에스엠랩은 64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받아 제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안과 급속냉각 마취 기술을 개발한 리센스메디컬, 척수 손상 환자를 위한 신경재생 하이드로젤 패치를 연구하는 슈파인세라퓨틱스, 무채혈 혈당측정기를 개발하는 에스비솔루션 등 여러 기업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UNIST에서는 교원 창업뿐 아니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학생 창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클래스101은 취미 강좌 플랫폼을 개발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고 타이로스코프는 지난 2020년 11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청청콘에서 헬스케어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갑상선 질환 측정 시스템을 개발해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UNIST는 학생 예비창업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최신 기술 트렌드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우수한 창업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교원과 학생이 주도적으로 창업 생태계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울산을 창업도시로 도약하는 전초기지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올 1월 기준 UNIST가 배출한 기업은 교원 창업 52곳, 학생창업 61곳, 기술이전 창업 7곳을 합쳐 총 120곳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누적 투자액은 약 1,370억원이고 누적 매출액은 약 520억원을 기록했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대학에서 시작된 창업기업이 지역과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이러한 성과가 다시 대학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 것이 UNIST의 경쟁력”이라며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배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파격적인 혜택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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